"오보? 잘못 인정하고 다시 진실 좇으라"

[리뷰] 15일 종영된 미국드라마 <뉴스룸> 시즌2

등록 2013.09.21 11:29수정 2013.09.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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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종영된 미국드라마 <뉴스룸> 시즌2 ⓒ HBO


거침없이 쏟아내는 많은 대사와 독설 그리고 흥미진진한 줄거리. 천부적인 이야기꾼 아론 소킨이 만들어내는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두 번째 시즌이 지난 15일 종영됐다. 지난해 여름에 이어 인기 뉴스앵커 윌 맥커보이와 그의 제작팀이 뉴스를 만드는 이야기가 올해도 계속된 것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서 <뉴스룸>은 구성과 주제의식 면에 있어서 변화가 생겼다. 시즌1에서는 매회 하나의 사건(실화를 바탕)을 다루면서 10편의 에피소드에서 각각 다른 이야기로 풀었다. 반면, 시즌2에서는 호흡을 길게 늘이려는 듯 하나의 긴 소재를 9편(시즌2는 9부작이다)의 에피소드로 천천히 진행시켰다.

등장인물 중 수석PD 짐 하퍼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공화당 대선 경선 취재를 자원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프로듀서 J.D가 들어온다. 그는 취재원으로부터 '제노아 프로젝트'라는 미군의 비밀정보를 입수하게 되는데, 이는 해외 파병 미군이 반군에게 납치되자 생화학 무기인 '사린 가스'를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뉴스룸>의 두 번째 시즌은 이 소재를 전체적인 내용의 중심으로 설정했다.

'제노아 프로젝트'는 드라마 안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사건이다. 이 점도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이다. 시즌1에서는 줄거리와 등장인물은 허구일지언정, 소재가 된 사건들(후쿠시마 원전 사고·아랍 민주화 혁명 등)은 실제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시즌2는 월가 '점령하라' 시위 등의 사건을 제외하고 굵직하게 다뤄지는 소재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존의 팬들은 첫 번째 시즌에서 극우적 성향을 드러낸 현실의 티파티(보수진영 시민단체)와 공화당의 맨언굴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비판하던 것을 다시 보기를 원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수'에 대응하는 법

전체적인 내용의 맥락을 보자면, <뉴스룸>의 시즌2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핵심적인 소재인 '제노아 프로젝트'는 새로 영입된 프로듀서가 오바마 정부가 극중에서 저지르지도 않은 '생화학 무기 사용'을 조작된 증거들을 통해 보도한 것이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특종상을 타기 위해서, 취재원과의 대화가 담긴 인터뷰 영상까지도 왜곡 편집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린 가스를 사용했다면(If we used Sarin)"을 "우리가 사린 가스를 사용했어요(We used Sarin)"로 만드는 식.


수 개월간 검토한 뉴스가 거짓으로 판명나자 앵커 윌과 핵심 프로듀서 맥켄지는 당황한다. 그들이 만든 뉴스는 신뢰도를 잃고 추락하고, 사태의 주범인 J.D는 적반하장으로 그들을 '부당 해고'라는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하며 고소한다.

그리고 주인공 윌은 헤어진 연인이자 자신이 맡은 뉴스의 프로듀서 맥켄지에게 의도하지 않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했던 수석PD 짐과 매기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로 서로 멀어져가고, 관계의 악순환은 뉴스팀 전체의 분위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미국의 대선 특집방송에서는, 아직 당선이 확실하지 않은 지역을 '당선 확실'로 잘못 보도한다. 그야말로 시즌 내내 '실수'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말부분에서 다소 맥빠질만큼 긴장감은 한 번에 해소된다. 윌과 맥켄지, 짐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허위보도로 잃은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사안을 다시 심층적으로 취재해 뉴스를 만들고, 기사의 팩트 체킹(fact checking)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윌은 사랑하는 멕켄지에게 청혼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사과한다. 말하자면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가장 좋은 대처법은,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아쉬움을 남긴 <뉴스룸> 시즌2... 다음 기대해도 좋을까

<뉴스룸> 시즌1에서는 신랄한 풍자와 비판을 통해서, 미국의 현실정치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시청자의 대리만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태도 같다"는 비평도 들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시즌2는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일상과 뉴스를 만들어내는 언론인의 고뇌에 더욱 무게를 두고 줄거리를 만들어낸 것 같다.

결과적으로 한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지만, 지난 시즌에서 잡았던 토끼는 어느새인가 놓쳐버린 꼴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핵심적인 사건을 다소 가볍게 다룬 시즌2는 이전과 다르게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이 부분은 시청자는 물론이고, 아마 각본을 쓴 아론 소킨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지난해 방영분에서 "수 많은 사람이 보는 엉터리 언론보다, 소수가 보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참언론을 만들겠다"는 주인공을 통해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상기시켰던 <뉴스룸>. 올해에는 "언론이 실수하더라도, 외면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라. 그리고 다시 진실을 좇으라"고 말하고 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시즌2의 다음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시청자는 과연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괜찮을까.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있었지만, 특유의 입담으로 무장한 아론 소킨의 <뉴스룸>은 뉴스와 드라마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좋은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또한, 시즌3이 찾아올 내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스룸 #아론 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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