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모욕죄' 현역 대위는 나꼼수 제보자였다

[단독] 2011년 12월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제보... 기무사 사찰 배경 드러나나

등록 2013.09.26 19:47수정 2013.09.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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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출신 현역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 사건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제기된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제보와 관련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오마이뉴스>에서 오랫동안 취재해온 바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등 상관모욕죄로 기소된 이아무개(29) 대위가 지난 2011년 12월 6일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일원인 정봉주 전 의원에게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의혹을 직접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를 주도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이 대위가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의혹을 나꼼수에 제보한 사실을 포착하고 그를 면밀하게 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의혹을 나꼼수에 제보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대위를 처벌하기 어렵자 그의 트위터 글을 근거로 삼아 사문화된 상관모욕죄을 적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의혹'이란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육사에서 생도들에게 주소지를 서울 노원구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이듬해 4·11 총선을 앞두고 각각 281명과 175명 등 총 556명의 생도들이 주소지를 이전한 사실이 확인됐다(관련기사 : 육사 생도들, 재보선·총선 앞두고 주소지 대거 이전).

기무사, 상관모욕죄 기소 주도... 왜 이 대위 주시했나?

 육군사관학교
육군사관학교육사

지난해 5월 26일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이 대위의 상관모욕죄 기소 사건이 처음 보도됐을 당시 국방부와 기무사 등 군 당국은 한 대학생의 제보가 이 대위를 기소한 계기였다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육사출신 현역 대위는 왜 군사법정에 섰나?).

군 당국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이 대위와 대학생 A씨가 트위터에서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 이 대위는 "해군기지 건설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했고, A씨는 "어떻게 현역 군인이 국방부 시책에 반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이 대위를 비난했다.


이에 A씨가 두 사람이 나눈 대화 화면을 갈무리해 기무사에 제보했고, 기무사가 이를 군검찰에 넘겼으며, 군 검찰은 이 대위를 지난해 3월 22일과 4월 26일 두 차례에 걸쳐 상관모욕죄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인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상관모욕죄와 연결하기는 어렵다. 결국 기무사가 이 대위를 처벌하기 힘들게 되자 '별건수사'를 벌여 그의 트위터 글을 수집한 뒤 사건을 군검찰로 이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오마이뉴스>가 군검찰이 군사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이 대위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 지난해 2월 2일과 14일, 3월 8일에 인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지난 7월 17일 서아무개 기무사 소속 대위는 군사법원에 낸 확인서에서 "2월 2일 이 대위의 트위터에서 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473장 출력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무사가 지난 2월 이전부터 이 대위를 사찰해왔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관련기사 : 기무사·군검찰, 'MB모욕죄' 이 대위 이전부터 사찰했나). 하지만 기무사가 '어떤 계기'로 이 대위를 주시해왔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군사법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그 의문을 풀어줄 '중대한 실마리'가 나왔다.

이날 기무사의 대령급 간부는 "군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육사나 군대 등을 검색어로 검색해 캡쳐(화면 갈무리)한 것이다"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대학생에게 제보받은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은 참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전해철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왜 육사라는 검색어를 통해 이 대위를 검색했나?"라고 캐묻자 배득식 기무사령관이 이렇게 답변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육사 동창회에서 올린 내용이 많이 올라온다. (이로 인해) 군사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해 육사라는 검색어로 검색한 것이다."

이러한 해명들은 기무사가 이 대위를 주시해온 계기가 '육사'와 관련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7월 26일자 기사에서 "하지만 '육사와 관련된 문제'가 군사기밀 누출 등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처벌이) 여의치 않자 '상관모욕죄'로 사건을 군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관련기사 : 기무사는 왜 인터넷에서 '육사'를 검색했나).

이 대위, 지난해 12월 나꼼수에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제보


그런 가운데 그동안 <오마이뉴스>가 추적해 온 바에 따르면, 기무사가 이 대위를 주시해온 계기는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나꼼수 제보'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꼼수는 지난 2011년 4월 첫방송을 시작한 대안매체로 이명박 정부 후반기에 큰 인기를 끌며 국정원 등 정보기관의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육사출신인 이 대위는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가 치러지기 이전에 육사 생도들이 주소지를 대거 서울시 노원구로 이전했다는 사실을 후배들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6일 '나꼼수'의 일원인 정봉주 전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문자로 남긴 데 이어 직접 통화까지 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이 나꼼수에 출연해 이러한 제보내용을 소개했다. 다만 제보자 신변보호를 위해 당시에는 이 대위를 "육사출신 현역 소령"으로 지칭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11년 12월 나꼼수 방송 32회에 출연해 "소령쯤에 해당하는 육사출신 현직 군인이 직접 확인해 제보했다"며 "지난 10월 26일 재보선 이전에 (서울 노원구) 공릉동으로 주소를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은 "(육사쪽에서는) 노원구에서 자꾸 육사를 이전하라고 하니까 육사가 노원구에 있다는 소속감을 보여주기 위해 주소를 옮기라는 구차한 변명을 했다"며 "소령쯤 되는 제보자는 자기가 생도로 있을 때 (주소지 이전 권고가) 한번 있었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육사생도가 800명밖에 안되는데 이들 표를 합치더라도 가져가는 표가 150-200표밖에 안된다"며 "(여당이) 이 표가 절실한 정도로 굉장히 박빙을 예상하고 육사 생도의 주소를 옮기라고 지시한 것이다"라고 '정치적 기획설'을 주장했다.

이후 이석현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도 지난해 1월 "육사는 기본적으로 부재자 투표라서 대부분 훈련장소에서 투표해왔는데 10·26 보궐선거 전에 공릉동으로 주소를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나꼼수'에서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10·26 선거부정 전반을 깊이있게 파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육사 생도들의 주소지가 서울 노원구로 이전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육사출신 한 인사는 "당시(2011년) 1학기 때는 권고 수준이었지만 2학기(8-9월) 때는 도서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부 서울 노원구로 옮기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육사쪽은 "학교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해 주소지를 이전했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나경원 후보)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이 대위가 나꼼수에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사실을 제보한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기무사의 이 대위 사찰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물이 군 검찰로 넘어간 뒤 같은 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기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관모욕죄 사건이 실제로 '육사 생도 주소지 이전 제보'와 관련돼 있다면 기무사가 어떻게 이 대위의 나꼼수 제보 사실을 인지하게 됐는지가 또다른 의문으로 남는다. 이는 기무사의 이 대위 사찰 의혹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기무사쪽은 "이 대위건은 우리가 제보를 받아 군검찰로 넘긴 것이다"라며 "우리가 별도로 수사해서 넘긴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26일 군형법상 상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 대위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원심을 확정했다(관련기사 : 'MB 비난' 대위 유죄 확정...'대통령모욕죄' 사실상 부활).
#MB모욕죄 #나꼼수 #육사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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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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