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에서 한 노인이 두 평 남짓한 방에서 숨진 지 5년여 만에 백골로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난방이 끊긴 집에서 추위에 떨다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망 당시 그 노인은 추위를 피하려 상의·하의 각각 아홉 겹·일곱 겹을 껴입었고, 시린 손은 헤진 목장갑으로 감싼 것으로 알려졌다.
미혼이었던 그 노인은 이웃과의 왕래가 거의 없었고, 유일한 피붙이였던 이복오빠도 10년 전에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노인의 집 주변은 주택이 밀집돼 이웃들이 많았지만, 그가 장기간 집을 비운 것으로 알았고 해당 구청에서는 김씨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서 생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노인과 같이 어둠 속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는 '외로운'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속 독거노인 기하급수적 증가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독거노인은 125만여 명으로 집계됐고, 이는 전체 노인 613만여 명 중 20% 이상을 웃도는 수치다. 우리나라 노인 5명 중 1명이 홀로 외롭게 산다는 이야기다. 독거노인의 비율은 2000년 16%에서 올해 20%를 넘었고, 이런 추세라면 2035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고독사(孤獨死)'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이아무개(26)씨는 "독거노인 대부분이 건강이 좋지 않거나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고독사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라며 "벌레가 기어 다니고 악취가 진동하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방에서 노인들이 신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봉사자 공아무개(30)씨는 "대다수의 독거노인이 자녀가 있지만, 이들이 (노인을) 방치한다"면서도 "자녀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홀로 지내는 노인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끼니부터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이 쇠약한 몸을 이끌고 폐지를 줍는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매일같이 고된 일을 하는 노인들이 질병에 안 걸리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
독거노인의 죽음 부르는 '감정적 빈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살한 노인은 2만439명에 달하고, 특히 작년에는 4023명으로 조사됐다. 2008년 3561명에서 462명 늘어났고, 이는 하루 평균 11명 꼴로 노인이 자살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나라가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방증이다.
노인 자살은 생활고와 질병 때문에 지친 이유도 있겠지만, 외로움에 따른 우울증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자녀들의 효도를 받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보내야 할 나이에 홀로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상실감이 클 것이다. 거기다 말동무할 이웃까지 없다면 여린 노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살한 노인 대부분이 유서에 '외로움을 이기지 못했다'는 내용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다.
외로운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웃의 따스함
날로 늘어가는 노인 고독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웃간의 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박창환(27)씨는 "방안에서 숨진 지 5년 만에 발견된 한 노인의 소식을 듣고 정말 화가 났다"며 "이웃들이 얼마나 무심했으면 할머니의 죽음을 5년동안 몰랐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독거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손에 한두 푼 쥐어주는 돈보다 이웃이 내미는 따뜻한 손"이라며 "기초연금 등의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웃 간의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 신아무개(44)씨는 "노인들 간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로당 건립, 마을 단합대회 개최 등 해당 기관이 각별히 신경 써야 노인들이 외로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노인들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정기적 봉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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