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닮으려다보니 손가락도 똑같이 잘렸다"

외길 40년, 철우공방 곽금원씨의 서각인생

등록 2013.10.05 11:27수정 2013.10.0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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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각인생 40년  중요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 이수자인 곽금원씨의 모습.

서각인생 40년 중요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 이수자인 곽금원씨의 모습. ⓒ 심명남


법고창신(法故創新)

서각에 입문한지 어언 40년. 철우 곽금원씨의 서각인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 바로 이 4글자로 압축된다. '법고창신'이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새로운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작품세계를 뜻한다.

목서각 세계1위 한국... 곽금원씨의 서각인생

영국 대영박물관 인쇄물역사관에서 가장 오래된 유물은 우리나라의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다라니경'이다. 이는 불국사 중수시 발굴한 경전이다. 그 내용과 판각기술의 정교함은 단연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판의 판각기술과 보존처리 기술의 우수함은 우리나라가 목서각 기예(技藝) 수준이 세계제일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서각의 새로운 미적 세계를 찾아 일생을 바쳐온 장인이 있다. 여수에서 태어나 자라고 뿌리를 내린 곽금원씨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 주요사찰의 현판과 주련에 수없이 걸려있다. 관공서와 동네어귀 정자에도 그가 새긴 서각이 눈에 띈다. 특히 여수시와 자매도시인 중국 산동성 위해시에 건립한 '여수문' 현판은 그나마 널리 알려진 그의 작품이다.

서각계의 살아있는 명인을 만났다. 서각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무명 아닌 무명으로 살고 있는 그. 더더욱 지방출신이다 보니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크다. 4일 그의 개인 서각전이 열리고 있는 여수시 진남문예회관을 찾았다. 지난달 28부터 10월 4일까지 7일간 열리고 있는 서각전에는 지역민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동호인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전시회를 2일 더 연장키로 했다.

서각(書刻)이란 나무나 돌, 금속 등에 글씨를 조각하는 행위를 말한다. 서각은 시(詩), 서(書), 화(畵)에 병칭될 만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서예가 평면예술이라면 서각은 평면에다 입체가 가미된 3D 예술이다. 더구나 옛 것이지만 현대주거공간에 잘 어울려 가구나 인테리어에 접목되다 보니 다른 장르에 비해 유망업종으로 꼽힌다.


"검지손가락 잘린 것도 스승과 닮아"

a  서각은 시(詩), 서(書), 화(畵)에 병칭될 만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3D 입체가 가미된 훈민정음 서각의 모습.

서각은 시(詩), 서(書), 화(畵)에 병칭될 만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3D 입체가 가미된 훈민정음 서각의 모습. ⓒ 심명남


a  3회 개인전을 맞아 고려때 시인이면서 스님이었던 나옹선사시라는 입체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3회 개인전을 맞아 고려때 시인이면서 스님이었던 나옹선사시라는 입체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 심명남


a  철우공방 곽금원 작가가 서각한 소전 8곡 병풍의 모습.

철우공방 곽금원 작가가 서각한 소전 8곡 병풍의 모습. ⓒ 심명남


a  서각(書刻)이란 나무나 돌, 금속 등에 글씨를 조각하는 행위로 시(詩), 서(書), 화(畵)에 병칭될 만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서각(書刻)이란 나무나 돌, 금속 등에 글씨를 조각하는 행위로 시(詩), 서(書), 화(畵)에 병칭될 만큼의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 ⓒ 심명남


서각을 업으로 하는 전업 작가인 곽씨는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남달랐다. 그는 판화에 글씨를 쓰는 것을 보고 필이 꼽혀 서각에 푹 빠져들었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 이수자다. 정식으로 서각을 배운지도 벌써 40년. 한 우물을 판 그역시 세월이 흘러 스승처럼 전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에게 서각에 대한 에피소드를 묻자 서각을 하면서 손가락이 잘린 사연을 강연회에서 했더니 좌중의 폭소가 터진 얘기를 들려줬다.

"저는 서각을 하면서 우리 스승님과 똑같이 검지 손가락이 같은 크기로 잘렸습니다. 스승님을 존경한 만큼 상처도 똑같이 애닮아 야죠. 수제자라면 이런 것까지 선생님을 닮아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물론 작업하다 전기톱날에 손가락 마디가 나갔지만..."

곽금언씨는 서각 동호인들이 주관하는 철재 전통각자보존회를 33회나 가졌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그의 3번째 개인 전시회다. 85년 1회에 이어 92년 2회를 가진지 21년 만이다. 그의 정수를 모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고려때 시인이면서 스님이었던 나옹선사시를 비롯해 훈민정음, 반야심경, 금강경 등 그의 심혈을 기울인 86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서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목재 구하기다. 서각작품은 관리에 따라 반영구보존이 가능하기에 그에 맞는 목재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눈이 나빠지고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단다.

a  여수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철우 곽금원씨 서각전 광고물이 걸려있다.

여수시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철우 곽금원씨 서각전 광고물이 걸려있다. ⓒ 심명남


a  전시회에서 만난 박지운씨가 서각전을 둘러보고 있다.

전시회에서 만난 박지운씨가 서각전을 둘러보고 있다. ⓒ 심명남


하지만 그의 아내 곽영애씨는 "초창기 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둘 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남편이 오직 한길을 가니까, 여자 입장에서 저런 정열과 열성으로 다른 것을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작품 활동으로 인해 느끼는 성취감으로 평생 한길을 걸어온 것을 보면서 존경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박지운(42. 소호동)씨는 "한국화를 하고 문인화를 배웠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여기에 오게 되었다"면서 "전시회를 보니 작품수가 굉장히 많고 수준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소 차이를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곽금원 #철우공방 #서각명인 #나옹선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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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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