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연고전' 편, 경악을 금치 못한 이유

[주장] 학벌지상주의와 대학서열화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공중파 방송

등록 2013.10.06 10:14수정 2013.10.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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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방영을 시작한 이래로 장장 8년이라는 방송 기간동안 대한민국 대표 예능오락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MBC <무한도전>. 평균이하의 외모를 가진 다섯명의 남자들이 매주 무모한 도전을 하면서 주는 깨알 웃음에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일회적 행사로 시작한 무한도전 가요제는 이미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으며, 프로페셔널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멤버들이 순수창작을 해내는 모습은 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시도었다.

멤버들이 직접 참여한 음반과 달력판매 수익은 기부를 통해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였을까. 무도 멤버들이 전국 각지에 직접 찾아가 시청자들에게 달력을 배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지켜봤던 방송이라 그랬을까. 5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연고전' 편을 보는내내 실망감과 씁쓸함을 동시에 느꼈다.

5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지난 9월 27일과 28일에 열렸던 연고전의 응원단으로 나선 멤버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멤버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 연세대 응원단, 고려대 응원단 소속이되어 응원 안무를 연습하는 과정부터 실제 연고전 무대에서 응원하며, 연고대생들과 함께 연고전을 즐기는 모습까지를 빠짐없이 방송에 내보냈다.

이 중에는 각 대학의 응원단 소속으로 들어간 무도 멤버들이 연세대와 고려대의 명예 학생증을 받았을때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하는 장면도 있었다. 마치 연고대 학생증을 받는것이 엄청난 가문의 명예라도 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는 장면을 공영방송에서 연출해 냈다는 게 사실 경악스러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한도전은 방송내내 멤버들의 실내인터뷰 때마다 연세대와 고려대 로고로 가득찬 화면을 내보이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않았다. 사실 무한도전팀이 대학을 방문하여 촬영을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당시 무도 멤버들이 서울 시내 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S여대'와 같이 이니셜로 자막을 내보냈었다.

하지만 이번 '연고전' 특집에서는 멤버들의 등뒤에 박힌 '고려대 응원단,' '연세대 응원단' 글씨가 방송내내 전파를 탔다. 마치 무한도전이 연세대와 고려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또한 연세대 응원단이 '연대여 사랑한다'라는 곡을 연습할 때 <연대여 사랑한다>라는 노래 제목이 큼지막한 자막으로 나올때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전체 에피소드를 통틀어, 무도 멤버인 정준하씨가 4수끝에 대학을 가지 못했는데 고려대의 학생증을 받아서 감격하는 장면이 제일 가관이었다. 물론 재미를 위한 연출이었겠지만, 대학 미졸업자라는 점이 희화화되고 연고대의 명예 학생증을 받는게 눈물을 그렁거리게 할만큼 대단한 것인마냥 분위기를 연출해서 공중파 방송을 내보냈다는 게 실망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두 학교의 축제를 특집으로 공중파 방송으로 내보내고자 한 기획 의도 자체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의 축제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면, 연고전을 다룰것이 아니라 특정 대학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더 많은 범위의 대한민국의 청년들을 포함시킬 수 있는 방송을 기획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공익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 공중파방송에서 학벌지상주위와 대학서열화를 문화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기획, 방영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벌지상주의는 어제 오늘날의 일이 아니다. 학벌주의를 지양하고 건강한 사회 문화를 만들고자 해야 할 공중파 방송이, 오히려 대학서열화를 더욱 굳건히 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연고전 편이 방송된 이날 저녁, 연고대생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다수 시청자들은 위화감을 느껴야 했다.
#무한도전 #연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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