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사태 부정적 여론 결부시켜 송전탑 본질 왜곡"

밀양 동화전마을 구덩이 보도... 대책위 "정정보도 요청, 법적 대응 검토"

등록 2013.10.07 08:21수정 2013.10.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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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밀양 주민들이 농성장에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며 구덩이를 파놓은 가운데, 일부 언론이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파주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통합진보당 사태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과 결부시켜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된 속에 지난 2일부터 5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속에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 96번 철탑 부근인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변에 주민들이 구덩이를 파놓았다.

a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 96번 철탑 부근인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변에 주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의미로 구덩이를 파고 목줄과 휘발유통을 매달아 놓았다.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 96번 철탑 부근인 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 주변에 주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의미로 구덩이를 파고 목줄과 휘발유통을 매달아 놓았다. ⓒ 윤성효


무덤처럼 생긴 구덩이는 가로 2m, 세로 0.7m, 깊이 0.8m 정도로 2~3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구덩이 위에는 목줄이 걸려 있고, 옆에는 1.5리터 플라스틱 페트병에 휘발유가 담겨 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주민들은 127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에도 성인 2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구덩이를 파놓았다. 127번 철탑 현장에 이어 동화전마을에도 주민들이 구덩이를 파놓은 것이다.

6일 일부 언론은 동화전마을 구덩이를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파주었다고 보도했다. 한 언론은 "현장에 도착한 당원 30여 명은 우선 진입로를 밧줄로 묶어 경찰과 한전 직원의 출입을 차단한 후 일부 주민들과 함께 구덩이를 판 것으로 전해졌다"며 "목줄을 매는 것 역시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은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는 근거지인 이 구덩이는 주민들이 아닌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판 것으로 확인됐다"며 "통합진보당은 당원 35명이 어제 96번 송전탑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공사를 막기 위해 구덩이를 파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민과 함께 구덩이를 팠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6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송전선로 공사장비 적치장' 쪽 주민들의 움막농성장 앞에서 "송전탑 공사 방해하는 통합진보당 당원 밀양 떠나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당시 홍 대표가 피켓을 들고 나타나자 주민들이 비난하기도 했다.


활빈단은 "지하혁명조직(RO)까지 거느려 온 종북세력 소굴인 통진당이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갈등·분규·충돌 현장에 약방의 감초격으로 끼어든다"며 "민노총, 환경단체, 주민들이 뒤엉켜 벌이는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시위를 주도해 반국가적인 불법 해악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이고 날조"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구덩이를 파고 목줄을 걸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사실과 전혀 다른 악의적이고 날조된 기사로 너무나 노골적이고 저열한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6일 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동화전마을 96번 철탑현장에 5일 지지방문을 온 것은 사실이나, 구덩이는 그 전날부터 동화전마을 청년들이 파기 시작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원들은 그날 지지방문을 온 여러 연대단위들 중에서 96번 송전탑 현장을 배정받아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고, 농성장 현장에 차양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양막 재료와 핫팩, 생수, 의약품, 간식 등을 들고 올라갔으며, 그날 96번에서 주민들이 구덩이를 파고 있는 줄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현장에 올라가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구덩이를 파고 목줄을 건 것은, 부북면 주민들이 127번 현장에 공사 강행을 앞두고 구덩이를 파고 목줄을 걸면서 강력하게 시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마을에서도 저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주민 여론을 좇아 마을 주민들이 그 전날부터 작업을 시작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그날 작업은 5~6명의 동화전마을 청년회 일꾼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하였고, 지지방문을 온 당원들은 경찰과 마주앉은 상태에서 쉬거나 산정상인 농성장 현장 이곳저곳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또 대책위는 "당원들은 구덩이의 용도가 움막을 짓기 위한 터잡기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그마저도 잠시 도왔을 뿐, 대부분의 시간동안 차양막 설치를 하였으며, 곧 이어서 차양막 아래에서 참석자들끼리 인사를 하고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고, 주민들로부터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는 사이에 주민들이 구덩이를 완성하고, 목줄을 걸었고, 그때서야 무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밀양을 방문하는 전국의 많은 단위의 하나일 뿐인데,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과 결부시켜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밀양 주민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민사소송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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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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