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중단하세요" 대국민호소고령의 지역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양송전탑 공사가 강행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밀양 756kV송전탑 건설중단 시민사회단체 대표 대국민호소 시국선언'이 개최되었다. 시국선언에는 천주교인권위, 녹색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 221명이 참여했다.
권우성
"단식을 결심하고 서울에 올라와 이 나라에 물었다. 과연 밀양의 할머니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죽음으로 내리고 있는가. 물음에 대답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발 대답하고 공사를 시작해라."경남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 10년 넘게 농사 지어온 김정회(42)씨. 그는 지난 2일부터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대책위원장인 그는 8일 오후 80여 명의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 앉았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자리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할머니들과 저는 평생 흙 파서 농사지어온 무식한 사람"이라며 "똑똑한 한전의 전문가들이 무지렁이 우리들을 왜 설득 못하냐, 설득하고 나서 공사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뒤로 검은색 바탕에 노란 글씨로 '밀양, 거기 사람이 산다'고 적혀 있었다.
공사 재개 일주일... 시민단체들, 대국민 호소문 발표공사를 재개한 지 일주일째 한전과 경찰, 주민들의 충돌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이날 200여 개 시민단체가 나서 "밀양 송전탑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수천 명의 경찰과 공무원들이 행정대집행이라는 말로 먹을 것과 보온용품 반입을 막아 어르신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며 "그 사이 30여 명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병원에 실려가고 11명의 연행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평생 가족의 끼니를 해결했던 땅, 자식을 공부시켰던 땅, 남은 일생을 보낼 삶의 터전"이라며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건설을 핑계로 밀양 주민의 땅을 헐값에 빼앗으며 이제는 목숨마저 빼앗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한국전력은 할머니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 가슴 졸이며 밀양으로 향하는 많은 시민들의 선한 발걸음과 종교인의 기도를 외부세력으로 낙인 찍고 있다"며 "주민들이 왜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왜 이들이 맨몸으로 경찰과 마주보고 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와 한전에 ▲ 공권력 철수 ▲ 송전탑 건설 중단 ▲ 사회적 공론 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일부 언론이 자신의 주거 공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할머니들의 숭고한 뜻을 매도하고 있다"며 "저희들은 어르신들의 고통, 언론의 왜곡, 공권력의 인권 탄압을 지켜보면서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대도시 사람들이 전기를 펑펑 쓰기 위해 힘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다 발전소를 만들고 송전탑을 세우고 있다"며 "할머니들은 살던 곳에서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뿐인데 어느 누가 할머니들을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냐"고 말했다.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는 ▲ 탈핵희망버스 운영 ▲ 단식 농성 지원 ▲ 법률 대응단 구성 ▲ 촛불 문화제 등의 활동을 통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송전탑 전자파는 암 유발자"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압 송전선로의 전자파는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부와 한전은 2015년까지 송전탑 3천621개를 신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0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암 유발 매개체로 분류하는 등 국내외 많은 연구가 전자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밀양 구간의 경우 주민들과 소통을 통해 기존 송전망을 활용하거나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 시민단체 대표 대국민 호소문 |
밀양 주민들의 가슴을 밟고 건설하는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중단되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토록 무심했습니까. 지난 8년간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을 둘러싼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이를 막아서는 동안 말입니다. 어르신들이 온몸에 쇠사슬을 묶어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폭력성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동안 우리는 지금 이곳을 밝히는 불빛이 수 없이 많은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타고 온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그동안 우리의 무관심과 싸웠는지도 모릅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지난 10월 1일 126일 만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벌써 30여명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병원으로 실려 갔고, 11명의 연행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명의 활동가가 구속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쓰러진 주민들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버리고 보상으로 정당성을 획득하려 한다고 비판받았던 송변전시설주변지역지원법이 어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고도 합니다. 여전히 수천의 경찰과 공무원은 행정대집행이라는 건조한 말로 어르신들을 고립시키고 폭력을 행사하고, 먹을 것과 보온용품을 들이는 것을 막고 새벽녘 한없이 떨어지는 야산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얄팍한 비닐 몇 장도 여지없이 뺏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작년 1월,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 한전의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태도와 불합리한 정부 정책이 결국 이치우 어르신을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몰고 갔던 것을 말입니다. 평생 가족의 끼니를 해결했던 땅이고 자식들을 공부 시켰던 땅이고 그의 남은 일생을 보낼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건설을 핑계로 이치우 어르신과 밀양 주민의 땅을 헐값에 빼앗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목숨마저 빼앗으려 합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공사 장비 아래 드러눕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전쟁 같은 공사강행을 막으려고 야산을 오르는 어르신들의 구부러진 뒷모습이 그려집니다. 공사 현장에 움막을 치고 거기에 몸을 묶는 어르신들이 심정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여기에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밀양의 주민들은 얼마나 분노했을까, 얼마나 분노했기에 눈물을 흘리며 실신했을까 가슴이 답답합니다.
대체, 주민들의 가슴을 밟고 건설되는 송전탑의 정당성이 무엇입니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원전 비리사건이라 불리던, 핵심부품의 시험결과가 위조되었습니다. 정확한 검증을 통해 신고리 3,4호기를 건설 한다면 적어도 1년 이상 준공 시기가 늦춰집니다. 그렇다면 지난 8년 동안 밀양 주민들이 목 놓아 부르짖는 사회적 검증기구 구성을 통한 사회적 협의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정부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여름철 전력 대란도 과도하게 부풀려진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밀양 송전탑 건설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입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한전 조현익 사장은 지난 4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밀양 주민의 60%가 송전탑 건설을 찬성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총회도 거치지 않은 대표성 없는 마을주민과 보상 협의를 했다고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 가슴 졸이며 밀양으로 향하는 많은 시민들의 선한 발걸음과 종교인들의 간절한 기도를 정부와 한전은 외부세력이라고 낙인찍습니다. 주민들이 왜 이리 목숨을 걸고 싸우는지 시민들의 발걸음을 무엇이 재촉했는지, 왜 이모든 이들이 맨몸으로 경찰들을 마주보고 서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경찰과 한전은 응급차에 실려 가는 어르신들의 위태로운 숨소리와 정부의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며 끌려가는 시민들을 볼모삼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종북이니 폭력이니 규정짓고 공사를 강행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처참한 현실을 알리겠다고 김정회, 박은숙 주민과 조성제 신부는 벌써 7일째 서울에서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 몇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송전탑을 건설하려 하는 겁니까. 정말 정부가 이토록 잔인할 수가 있습니까?
우리는 밀양 주민의 눈물로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밀양 주민들의 외로운 싸움과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대체 왜 이 어르신들이 목숨을 걸게 되었는지, 왜 온몸을 쇠사슬로 묶어야 했는지 그 절박함을 한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국가의 정책과 제도가 어떤 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실행되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지 생각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정부와 보수언론이 떠드는 폭력이니, 님비니, 외부세력이니 하는 말들을 함께 비판해주십시오.
우리는 밀양 주민의 아픔으로 정부에 요구합니다.
밀양에 투입된 공권력을 즉각 철수 시키십시오.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밀양 송전탑 건설 즉각 중단하십시오. 그리고 사회적 공론기구를 즉각 구성하여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문제를 풀어내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201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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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거기 사람이 산다"... 대국민 호소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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