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9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전교조 관계자들이 '전교조 노동조합 설립취소에 대한 정부의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민주주의 말살 전교조 탄압 규탄 및 총력 투쟁 선포 전교조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희훈
그런데 이번 공문으로 여지없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아예 고용노동부의 '2중대'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장관님! 해고자 9명 때문에 6만여 명이 가입된 전교조를 불법화하겠다는 게 대체 말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교육을 책임지는 분으로서, 고용노동부의 주장처럼 그저 '법이니까 따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으시겠죠.
그들이 문제 삼은 9명의 해고자들이 무슨 비리에 연루되어 학교에서 내쫓긴 게 아니잖습니까. 자신에게 불이익이 올 걸 뻔히 알면서도 기꺼이 그것을 감수한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지는 못할망정, 형식 논리를 내세워 그들이 몸 담았던 조합에서 탈퇴 시키라는 건 과연 어느 나라의 법도인가요.
어쩌면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고된 조합원이 있다면, 생계를 꾸리고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런 해고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아닐는지요. 만약 해고와 동시에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다면 어느 누가 열심히 활동을 하려 할 것이며, 누군들 노동조합에 가입하겠습니까.
합법화된 지 벌써 14년이 지난 전교조를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하루 아침에 불법화하겠다는데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조합원이 어디 있을까요. 집회에 참여하면 처벌한다는, 달랑 공문 한 장으로 교사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으리라 여기시는지요. 고용노동부의 막무가내 칼춤에 부화뇌동하여 장관님의 교육부마저 상식을 배반해서야 되겠습니까. 보기 참 딱합니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전교조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더니, 불과 몇 달 만에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불법화 시키고, 교육부가 전교조를 교사들로부터 고립해 와해시키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고 있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그 어설픈 공작이 현 정부의 뜻대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단언컨대, 필패입니다.
물론, '군계일학' 장관님마저 변절케 한 정부의 '강공'에 움찔거리는 분이 더러 있긴 합니다. 얼마 전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젊은 선생님들 몇몇 분들이 최근 전교조에 가입하려다가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물러서더군요. 이른바 '신공안 정국'이라는 최근의 시국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설마 정부가 이 점을 노리는 건 아니겠죠.
그러나 희망의 싹은 마치 두꺼운 콘크리트를 뚫고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전교조의 '법외 노조화'를 막아달라는 교문 앞 1인 시위에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지지한다며 호응을 보내주고 있고, 전교조가 정치적이어서 싫다는 분들조차 고용노동부가 전교조를 불법화하려고 꼼수를 쓰는 거라며 정부를 매섭게 질타했습니다.
장관님! 끝으로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얼마 전 국립대학, 시도교육청, 민간 자문위원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부 정부 3.0 실행 계획'을 야심차게 내놓았더군요. 거기에서 밝힌 청사진의 첫머리가 바로 '국민과 소통하는' 교육부였습니다. 차라리 청사진을 내걸지나 말지, 그 실행 계획의 첫 번째 사업이 고작 고용노동부와 짝짜꿍해 전교조를 불법화시키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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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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