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DJ박스에 직접 넣어 준 메모지
이경모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고 싶어서"라고 사연을 적고 이치현과 벗님들의 <집시 여인>을 신청한 분, "산수오거리 광주은행 지하 오거리 음악다방에서 80년도에 많이 듣던 노래임다. 친구 태식이랑"이라고 쓰고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신청한 메모지도 있었다.
"옛날 생각이 새록이 나 너무 좋네요. 친구랑 듣고 싶어요"라고 쓰고 김승진의 <스잔>을 신청한 메모지는 시간 끝날 무렵에 들어왔다. 예전처럼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거나 예쁘게 접어서 보낸 메모지는 없었지만 형식은 거의 똑같다.
지금은 어디서나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듣고 싶은 음악을 메모지에 적어 DJ 박스 안에 넣고 DJ가 음악을 틀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30년 전과 같다. 음악에 굶주렸던 80년대 음악다방과 음악감상실은 배고픔을 채워주는 곳이었다. 그래서 다운타운가에서 일하는 DJ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나도 음악을 많이 듣고 싶어 대학에 다니며 DJ 알바를 했었다. 모든 것이 넉넉하지 못한 시절이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갈증은 심했다. 알바를 해서 전축을 샀던 날은 지금도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몇 번째 안 되는 날이다.
불법복제 판이 500~800원 하고 라이센스 판이 2500~2700원 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에서 1만5천 원이면 6개월 동안 맘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지금을 30년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