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전정희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전력거래소 연구 용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15 정전사고 이후 전력거래소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 44건(54억4천만 원) 가운데 정부 추천 EMS기술조사위원 3명이 받은 용역은 모두 7건으로, 액수로는 8억 4천만 원에 이른다.
전정희의원·전력거래소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전력거래소가 전력 계통 운영 상황을 감시하는 EM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2011년 9·15 정전 사고가 났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전정희 의원과 산업부는 지난 4월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EMS 기술조사위원회를 꾸려 2개월여에 걸쳐 직접 검증했다. 당시 국회 쪽에선 위원장을 맡은 김건중 충남대 교수와 김영창 아주대 교수 등 3명을, 산업부에선 박준호 부산대 교수 등 4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조사 당시에도 정부 추천 위원 가운데 일부가 전력거래소에서 수 억 원대 연구 용역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로 간에 불신이 팽배했다. 당시 국회 추천을 받은 한 위원은 "계약 관계에서 '을' 입장인 교수들이 '갑'인 전력거래소 부실 문제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구 용역 교수 "전력계통 전문가 부족 탓... 조사 결과는 객관적"전력거래소에선 "전력 계통 분야 교수 숫자가 많지 않아 대부분 전력거래소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정부와 국회 쪽에 미뤘다. 당시 산업부는 대한전기학회에 조사위원 추천을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 연구 용역과 EMS 조사를 동시에 수행했던 한 교수는 1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9·15 정전사고 당시에도 전력거래소 조사단 참여 요청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어 고사했다"면서 "이번 EMS 조사의 경우 사실 관계가 분명한 기술 문제여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적은 데다 전력 계통을 검증할 만한 국내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EMS 조사 당시에도 서로 연구 용역 사실을 알고 있어 더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가능한 주관적 의견보다는 외국 자료에 나온 객관적 자료를 인용했다"면서 "단지 연구 용역을 했다는 이유로 보고서 내용까지 문제 삼는 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지난 7월 발표한 EMS 기술조사 최종 보고서에서 국회와 정부 쪽 위원 간 평가가 갈렸다. 국회 추천 위원들은 전력거래소가 EMS를 제대로 활용 못해 정전 사태를 막는 데 필요한 운영예비력을 수동으로 계산하는 등 전력수급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반면, 정부 추천 위원들은 예비력 관리 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김건중 교수는 "산업부에서 4명, 국회에서 3명을 위촉하는 바람에 위원회가 적군과 아군으로 나뉘어 전쟁터가 돼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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