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밀양 '심각한 인권침해' 우려 표명

아시아인권위 등 성명 발표...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한 보내

등록 2013.10.14 09:43수정 2013.10.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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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던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구속된 가운데, 전국 환경연합은 12일 오후 밀양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당국은 환경단체 활동 탄압 중단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나섰던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구속된 가운데, 전국 환경연합은 12일 오후 밀양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안당국은 환경단체 활동 탄압 중단하고 밀양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국제사회가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 현장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했다. 14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여러 국제인권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아시아인권위원회(Asian Human Rights Commission), 포럼아시아(FORUM-ASIA), 시비쿠스(CIVICUS),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 프론트 라인 디펜더스(Front Line Defenders) 등 세계인권단체들은 각각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긴급성명을 통해 "정당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 활동가와 주민들을 연행, 구속하고 있는 상황을 비롯해 산 속 농성장에 음식·물과 같은 기본 생필품 반입과 출입을 막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밀양 주민들과 환경활동가들의 평화로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과도한 공권력 투입 대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홍콩 소재 아시아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는 지난 7일 발표한 성명에서 "밀양 주민들과의 정당하고 공정한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한국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행정대집행은 적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주민들과의 협의 과정이 불공정하고 편향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초기에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인권침해 예방 조치를 취했어야 했음에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공사현장 출입 제한으로 인권침해 감시 어려워..."


a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속에, 지난 8일 저녁 태풍으로 폭우로 내리는데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26번 철탑 아래 산 속에서 주민 8명이 한때 비닐을 덮어 쓰고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버텼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설득해 주민들은 하산할 수 있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 되고 있는 속에, 지난 8일 저녁 태풍으로 폭우로 내리는데도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26번 철탑 아래 산 속에서 주민 8명이 한때 비닐을 덮어 쓰고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버텼다. 당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이 설득해 주민들은 하산할 수 있었다. ⓒ 곽빛나


참여연대를 포함한 아시아 16개국 4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방콕 소재 아시아 인권단체인 '포럼아시아'도 지난 1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사현장 출입 제한으로 농성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점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가 밀양 주민과 환경활동가들을 과도한 공권력으로 위협하는 것은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억누르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포럼아시아는 "대규모의 개발 사업으로 피해를 입는 지역 주민들은 반드시 해당 개발사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밀양 송전탑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80국 300여 개 시민단체·개인 회원으로 구성된 요하네스버그 소재 국제인권단체인 '시비쿠스'도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의 평화적 시위자들이 겪고 있는 억압과 부당한 대우는 한국 내 환경활동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비쿠스는 한국 정부에 "관련 구속자를 즉각 석방하고 모든 활동가 및 주민들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며 농성장에 대한 식수, 음식물 등의 자유로운 반입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 178개 인권단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파리 소재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홍원 국무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한 경찰청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앞으로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이미 지난 5월 말 한국을 공식 방문한 후 출국 기자회견문에서 밀양에서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며 "지역 주민들의 삶과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의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부는 주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협의 과정을 가지고 특히 효과적인 주민 참여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블린 소재 국제인권단체인 '프론트 라인 디펜더스'는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구속된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며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긴급 청원을 발행했다. 이 단체는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모든 인권옹호자들의 신체적, 심리적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2일부터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주민들은 10여 곳에서 농성하거나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14일까지 주민 30여 명이 병원에 후송되었고, 이들 가운데 3명이 현재까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아울러 송전탑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지난 3일 현장에서 연행되었다가 구속되었고, 밀양 주민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연행되기도 한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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