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지역 중학생들이 노동 관련 특강 자리에서 '노동자는 ○○○이다'란 문장을 완성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중학생들은 노동자들을 '덜 배운 자', '외국인', '거지', '장애인' 등으로 표현했다.
이창근 트위터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후퇴, 어른 탓이다 지금 전교조 선생님들이 정부의 법외노조 시도에 맞서 단식과 총력투쟁으로 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를 법외노조, 즉 불법단체로 만들려 한다. 표면적 이유는 전교조 해직교사 9명에 대한 조합원 자격 문제다. 오는 23일까지 이들을 조합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눈엣가시로 여기는 전교조를 이참에 확실하게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면 교섭권을 비롯해 노동조합으로서의 모든 권한이 박탈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전교조가 이 사회 민주화와 참교육 실현을 위해 싸워온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국 공교육의 현실은 처참할 지경이다. 그나마 전교조가 있어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이 지금 붕괴 직전에 있다. 전교조가 지금 지키려는 건 해직교사 9명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가치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전교조가 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현실만이 아닌 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기 때문이다.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에서 배우 정진영은 학생들에게 L로 시작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무엇인지 묻는다. 학생들은 쭈뼛거리며 이런저런 대답을 한다. 학생들은 사랑(Love)과 자유(Liberty)까지는 쉽게 맞혔다. 그러나 선생님이 생각하는 마지막 단어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노동이라는 'Labor'였다.
이 영화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노동자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20년 전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왜곡되고 후퇴한 측면도 있다. 이것은 특정 세대와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어른이라는 우리 탓이다. 고향을 떠나본 적 없는 아프리카인들에게 하얀 눈을 모른다고 타박하는 아둔함과 무엇이 다른가.
중학생 가운데, 노동자는 '미래의 나다'라는 답을 적은 아이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어떤 희망의 씨앗을 본다. 어려운 조건에서 노동 교육에 힘쓰는 선생님들 덕분일 것이다. 전교조를 지키는 건 우리 아이들의 생각뿐 아니라, 적어도 사유의 시간을 뺏기지 않게 하는 일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노동자는 거지'라는 아이들... 전교조를 응원한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