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라며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성호
- 신386의 대항마가 생기는 건가. "당연히 대항마가 생겨야 하고 생길 거라고 본다. 박 대통령이 과거회귀를 하고 있으니 자꾸 과거체제나 그때 역할을 많이 했던 사람들을 찾게 된다. '올드보이'라는 분들의 역할이 자꾸 커지는 추세로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내년 상반기에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니, 아마도 정치적 분수령은 올 하반기가 되지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 야권이 이런 식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이기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그러면 여권 내부와 야권 내부에 전에 없던 움직임이 생길 것이고 정계개편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망한다."
- 민주당도 역할을 하긴 하는데."민주당이 정권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견제해주면 왜 그분들이 나서려고 하겠나. 더 이상 민주당에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그 어떤 명분을 걸고 일을 해도 국민들이 호응을 안 해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 민주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안이한 생각.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렇게 가면 얼마 안 가 국민적 저항이 올 거라고 판단하면서 이것만 잘 지키면 곧 민주당에 기회가 온다, 별로 안 바꾸고 그냥 가려고 하는 생각이 문제다. 그럼 민주당은 진짜 끝난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 같은 게 있으니 웬만하면 다음 기회에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이상 민주당이 이런 안이한 생각을 갖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 안철수 의원도 기대 만큼 역할을 해내고 있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있던데."안 의원이 기존 정치로 안 되니까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안 의원이 새 정치가 뭔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사람들이 모일지 안 모일지 판단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내년 6월 선거 제대로 참여하려면 굉장히 늦었다. 서둘러야 한다. 현실적 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본인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텐데, 그러나 그런 것 각오하고 나왔으니까 열심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 한국은 제일 큰 문제가 리더십의 위기 같다.
"이 나라의 정치지도자라고 자처하는 국가지도자라면 자기를 던져서, 죽어서, 버려서, 얻는 일을 해야 한다. 내가 가진 걸 다 지키고 바라는 것도 얻겠다? 국민이 절대로 안 준다. 그렇게 보면 정말 캄캄하다."
- 지방선거 전에 큰 폭의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단기간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도 지금은 이 분위기에 휩쓸려 가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국민적 공감을 얻는다고 가정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안에도 뭔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생각을 바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느냐, 못 하느냐, 등장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느냐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 윤 장관께서도 이런 새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필요 정도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가 정말 어렵게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국민적 기대는 소강국면으로 들어갔다고 본다. 그러나 금년 하반기 지나면서 내년 봄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사회 불안요인이 커지면 소강국면에 들어갔던 민중의 에너지가 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다시 혼돈기적 혁명기가 벌어진다고 가정하면 지금 새누리당은 집권당 구실을 전혀 못하게 된다. 그럼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까? 기존의 세력? 아마도 우리 국민은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기대를 걸지 않을까 싶다. 이때 새로 등장할 사람들은 반드시 도덕성과 능력 면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집단이라면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세력 없이는, 우리는 정말 어렵다" - 그 세력이 만들어지면 윤 장관도 함께할 계획인가."제가 무슨 그런 능력이 되나. 다만 이런 분들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원로라는 분들 중에 부도덕하지 않은 사람들,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일을 안 했고, 국가운영이나 정치발전에 대한 식견을 가진 분들, 소수지만 한국에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일정으로만 보면, 이런 움직임은 지방선거 이전에 가시화 될 것이다.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려면 지방선거가 계기가 돼야 한다. 금년이 가기 전이거나 내년 초에 가시화 돼야 한다."
- 제1야당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세력재편이 가능하다고 보나."우선, 민주당은 대선 준비를 제대로 했나. 캠프에 갔을 때 입이 딱 벌어졌다. 이렇게 대선을 준비하나? 그건 다 지나간 얘기고, 지금쯤이면 민주당은 이미 상당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사람들 다 스크린을 해놔야 하고 바꾼다면 누구로 바꿀지 검토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캠프에 가보니 민주당은 구조적으로 참 어렵게 돼 있더라. 친노와 비노의 양분이 너무나 분명해서 구조적으로 저런 상태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구나 했다. 명색이 원내 제1야당이고 127석이나 가졌는데, 민주주의가 유린된다고 텐트를 쳤지만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지경 아닌가.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 두 개의 큰 선거를 지고난 뒤 보여준 모습에 더 큰 절망을 느끼지 않았나. 두 달간의 원내외 병행투쟁, 국민이 또 실망했다. 이래서 어떻게 앞으로 이기는 선거를 할 수 있겠나."
-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세력 조직화는 성공한다고 보나."내년 지방선거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다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부딪치면서까지 모든 지역에서 다 부딪칠 필요도 없지 않나. 호남이야 안 의원이 독자적으로 돌파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수도권은 민주당과 타협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완전히 내 일방적인 예상이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씨로 전제해놓고 보면, 그보다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을 확보했다면 몰라도 그보다 못한 후보를 내서라도 박원순의 표를 갈라 먹겠다? 그렇게 생각할까 싶다."
- 16일부터 <팟캐스트 윤여준> 시즌2가 시작된다. 어떻게 바뀌나."현안은 현안대로 얘기하면서 절반은 한국정치를 여러 각도로 뜯어볼 생각이다. 한국정치가 도대체 왜 이런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한국정치가 바뀌는 게 좋은지, 그 화두를 갖고 청취자들과 대화해보려고 한다. 현안을 다루는 전반부는 한윤형 기자와 둘이, 후반부는 저 혼자 한국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칼럼 스타일이 될 것 같다. 좋은 통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 청취자들과 대화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 같다. 가끔은 공개방송도 해볼까 생각한다. 오신 분들과 함께하는 것도 생각하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 팟캐스트 운영은 어떻게 하나."제작에 4명이 함께한다. 작가, 피디, 한윤형 기자, 그리고 저. 뭐든지 합의해야 한다. 나이는 제가 많지만 저도 그 넷의 1/n이다. 나 혼자 하는 것은 부드러운 직설 코너인데, 자칫 설교하려고 덤비는 걸로 해석하면 어쩌지? 이번에도 그걸 굉장히 조심한다."
- 10·30 재보선 분위기가 전혀 안 뜬다. 논란이 됐던 경기 화성갑, 시민의 선택은?"정치를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분해보자. 생산자는 정당, 소비자는 국민이다. 소비자들이 자꾸 감정적으로 소비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 정당을 심판하지 않는다. 선거가 곧 심판인데. 정당이 내놓은 정책과 후보에 대해 금방 욕했다가도 그 상품을 그대로 산다. 그러니 변화가 없는 것이다. 화성시민들이 이래야 옳다. 아니 우리를 뭘로 보고 이런 사람을 공천하느냐, 그런데 그게 아닌 것이다. 소비자 의식이 없으니까. 참 문제다."
-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새누리당은 스스로 의사를 갖고 판단하는 집단이 아니다. 늘 윗분의 기색을 살펴서 한다는 것 아닌가. 쇄신파들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하고 치워버리니까 안 바뀌는 거다. 그러나, 자기 삶이 나아지기 바란다면 정치에 냉소적이어서는 안 된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심판하지 않으면 그 정치는 계속 너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당신의 좋은 일자리는 정치가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점잖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우리 삶을 영원히 어렵게 만들 것이다."
- 새누리당 안에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왕따가 됐다. 진 전 장관이 왕따 당할 일인가."내가 아는 진영은 온건 합리주의자다. 성격이 능동적이지 않고 소극적이지만 심지가 굳다. 속생각 있고 좀처럼 그 생각을 양보하지 않는다. 어떤 자리를 얻기 위해 비굴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번에 사표를 던지면서도 별말 안 하는 것으로 볼 때 아 저 사람이 무언가 지금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딱한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에 대해 여러 차례 안 된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모양인데, 그 채널이 고용복지수석인 모양이다. 장관 밑에 있는 사람들을 시켜서 장관 제치고 안을 만들어 장관이 허수아비가 됐다면 그건 나라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청와대가 그런 방식으로 일했다면 국정수행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건 문책해야 한다."
진영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