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환상, 와장창 깨뜨려주지

[정지선의 공연樂서]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클로저>

등록 2013.10.16 17:41수정 2013.10.17 11:05
0
원고료로 응원
a  연극 <클로저>는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연극 <클로저>는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 악어컴퍼니


사랑하면 할수록 행복해야하는 게 맞는데 외로운 당신, 상대방에게 진실을 강요하면서 정작 그 진실을 두려워하고 있는 당신,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는 당신이라면 연극 <클로저>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연극 <클로저>는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희생은커녕 상처만 주는 사랑... 연극 보기 전 마음의 준비를


a  연극 <클로저> 속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직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에만 솔직한 이기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연극 <클로저> 속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직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에만 솔직한 이기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 악어컴퍼니


네 명의 남녀, 앨리스와 댄 그리고 안나와 래리가 있다. 첫눈에 반해 운명이라고 믿으며 사랑에 빠진 그들이지만, 이들의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짧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상대에게 금방 실증을 느끼는 데다 새로운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질수록 사랑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댄은 앨리스를 사랑하지만 안나와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며 앨리스를 떠난다. 안나는 래리와 결혼했지만 댄을 향한 끌림을 감추지 못하고 래리와 이혼을 결심한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오직 스스로의 감정과 욕망에만 솔직한 이기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마음 역시 편할 리 없다.

연극 <클로저> 속의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희생은커녕 상대에게 상처주기 일쑤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직설적인 대사에 있다. 댄은 앨리스에게, 래리는 안나에게 폭력적인 언어로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그것도 잠시, 본인 스스로도 들쑥날쑥 미친 듯이 날뛰는 감정에 휩쓸려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넸다, 또 다시 진실을 요구하며 캐묻고 다시 화를 내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상대는 물론 본인까지 지쳐간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나눠봄직한 대화인데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더해져 등장 인물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관객들은 묘한 공감과 불편한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a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나눠봄직한 대화인데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더해져 관객들 사이에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나눠봄직한 대화인데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표현까지 더해져 관객들 사이에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 악어컴퍼니


로맨틱 코미디 속의 알콩달콩한 사랑, TV드라마 속의 백마 탄 실장님과의 사랑, 어떤 역경 속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는 불멸의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라 믿는 이들이라면 연극 <클로저>는 그들의 환상을 와장창 깨뜨려 산산조각내고도 남을 작품이다.


따라서 마음이 여린 관객이라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진실을 묻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먼저 물어야하듯이, 사랑의 못된 구석까지도 왜곡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마음의 준비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공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극 클로저 #문화공감 #정지선 #신성록 #이윤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