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시사in> 기자가 지난 2011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공개발언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므로 박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주 기자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리는 형사재판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같은 판결이 먼저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16일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박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주 기자로 하여금 박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씨는 소송을 내면서 배상액으로 3억 원을 청구했다.
박씨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문제삼은 발언은 주 기자가 2011년 10월 19일 프레스센터 강연에 나서서 한 말 중 3개 대목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7년 12월 대법원 판례를 인용, "언론보도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비록 공직자 또는 공직사회에 대한 감시·비판·견제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언론보도는 명예훼손이 되는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주 기자의 발언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판결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다.
문제 발언 첫 번째는 1979년 10·26사건 당시 궁정동 안가 연회에 대해 주 기자가 "대학생이나 자기 딸뻘 되는 여자를 데려다가 저녁에 이렇게 성상납 받으면서 총 맞아 죽은 독재자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라고 발언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김재규 등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내용과 그에 대한 언론보도 및 관련자들의 저술 등을 통하여 당해 연회 자리의 성격, 위 연회 자리에서 성상납이 이루어졌거나 또는 위 연회가 성상납을 위한 모임임을 인정할 자료는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문제된 주 기자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자녀들에게)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으세요. 너무 많으셔 가지구, 육영재단도 있고 영남대도 있고 정수장학회도 있는데… 그게 한 10조가 넘어갑니다. 그냥 지금 팔아도 10조가 넘는데…"라고 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재산을 남겨놓았다'는 표현은 재산을 유산으로 자녀들에게 상속하였다는 의미를 지니는데, 재단법인과 학교법인은 각 민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설치되는 법인으로서 개인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지니므로 그 소유 재산을 설립자의 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학원이 망인이 부정축재하여 남겨놓은 유산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해 단순히 망인의 자녀들이 각 법인의 운영에 관여하였다는 사실을 과장한 것을 넘어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한 당시에 대해 주 기자가 '박 대통령은 뤼브케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재판부는 "망인(박 전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하여 서독의 뤼브케 대통령을 대담하고 훈장을 수여받으며 환영만찬을 받은 사실은 당시 신문보도와 대한뉴스 동영상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주진우 기자)의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해 원고(박지만씨)의 망인(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경애, 추모의 정이 침해됨으로써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발언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박지만씨) 일부 승소 판결했다. 주 기자는 즉각 항소한 상태다.
형사재판 일주일 전 패소...국민참여재판에 영향?
한편 이날 재판과 같은 내용으로 제기된 형사소송과 주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지난해 박지만씨가 5촌 조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이 오는 22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릴 예정이다.
주 기자의 변호인인 이재정 변호사는 "지난 주 박지만씨측과 합의해 이번 민사재판 연기신청을 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재판연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형사재판 일주일 전에 주 기자에 패소판결을 내린 것. 이 판결 결과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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