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한 권에 '세상을 바꾼 1백개의 다이어그램'이...

[서평] 동굴 벽화에서 아이팟까지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

등록 2013.10.17 11:57수정 2013.10.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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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눈 깜빡 할 사이의 순간포착이라면 다이어그램(표, 그림)은 장시간에 걸친 노고의 결실입니다. 순간적인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얼기설기 스케치 해 놓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다이어그램들은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보완하고 또 보완해서 완성해 내는 노력의 결실입니다.

한 장의 사진과 다이어그램으로 세상이 발칵뒤집어 지기도 하고, 그 한 장으로 거짓에 가려졌던 진실이 밝혀지거나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실감할 때마다, 어떤 때는 이런 한 장의 사진이나 다이어그램이 수백 장의 원고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고 웅변적이라는 생각입니다.


1백개의 다이어그램을 담은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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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지은이 스콧 크리스찬슨┃옮긴이 이섬민┃펴낸곳 다빈치┃2013.09.30┃2만 5000원 ⓒ 다빈치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지은이 스콧 크리스찬슨, 옮긴이 이섬민, 펴낸곳 다빈치)은 긴 역사에서 세상을 바꾼 1백 개의 다이어그램을 알려주고 보여줍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이어그램들은 프랑스 쇼베의 동굴 벽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그림부터 2001년에 애플 사(社)에서 발표한 포켓형 아이팟(iPod)의 초현대적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장장 3만2천 년에 걸쳐 지식과 이미지에서 혁명을 가져온 역사적 다이어그램들입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이어그램들은 어떤 중요한 뜻을 전하기 위해 돌에 새긴 정교한 그림, 고전 건축의 도안, 과학 실험 도안, 세상을 뒤흔든 발명품의 특허 도안 등 역사, 종교, 과학,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높이 평가되는 그림, 표, 설계도, 악보 등을 포함하는 도안(圖案)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어떤 것들, 태고부터 당연히 있었던 것처럼 별다른 의식 없이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것들 중에는 역사적으로 세상사를 확 바꾸어 놓을 만큼 대단한 다이어그램에서 출발한 것들이 꽤나 많습니다. 피타고라스정리가 그렇고, 수세식 변기가 그렇고, 페달 자전거가 그렇고, 휴대전화가 그렇고, 아이팟이 그렇습니다.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 수세식 변기가 없어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아파트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날 만큼 끔찍합니다.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아파트 자체가 생겨날 수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해링턴은 1596년에 미사크모스(Misacmos)라는 필명으로 '진부한 주제에 대한 새로운 담론:아이아스의 변신(A New Discourse of a Stale Subject, called the Metamorphosis of Ajax'이라는 제목의 정치적 알레고리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발명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필로스틸프노스(Philostilpnos, 청결함을 사랑하는 자)와 그의 사촌 미사크모스(Misacmos, 오물 혐오자) 사이의 서신 교환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편지를 통해 필로스틸프노스는 미사크모스에게 그의 발명품인, 물로 씻어 내리는 기능을 갖춘 변기(jakes)를 발표하라고 훈계한다. 필로스틸프노스는 그 장점들을 열거한다. 그것은 귀족과 여왕의 대저택뿐 아니라 "마을과 성을 위한"것이기도 했다.

세 번째 단원에서는 새로운 변기의 설계를 "향기롭지 못한 곳들이 향기로워지고, 악취 나던 곳이 위생적인 곳이 되고, 불결한 곳이 깨끗해지는 원리를 펜, 도면, 그리고 개념으로 보여주고자" 글과 그림으로 기술한다.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 179쪽-

위 글은 400여 년 전, 영국의 시인이었던 존 해링턴(Jhon Harington)이 처음으로 도안한 수세식 변기와 그 도안을 설명하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한 장의 도안으로 제시된 수세식 변기에 드리운 시대적 배경, 300년쯤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생활 속에서 현실화 될 수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들, 한 장의 다이어그램으로부터 출발 

요즘도 어떤 아이디어가 반영된 발명품이 대중적 상품으로 자리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고 꽤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이어그램, 다이어그램을 배경으로 해서 탄생하는 결과들 역시 대(代)와 세기(世紀)를 달리해서야 현실화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수세식 변기가 300년이나 지나서야 생활 속으로 등장을 했고, 페달자전거 역시 세계 최초(1866년 11월 20일)로 특허를 획득한 피에르 랄망(Pierre Lallement 1843~91)이 사망한 이후에야 생산될 수 있었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정교한 그림, 슥슥 스케치한 듯 보이지만 대칭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이는 그림, 보고 있으면서도 '저런 그림을 왜 그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림, 알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는 그림…, 이런 다이어그램들이 세상을 바꾸어 놓은 어떤 발명품이 되고 지식적 토대가 된 설계도입니다.

오늘날 인류가 의식조차도 하지 않으며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많은 물건과 지식이 바로 책 속의 다이어그램들, 가장 원시적이라 할 수 있는 최초의 이 다이어그램들이 진보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세상과 인간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100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인류 문명의 발달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였으며 어떻게 존재해 왔는가를 그려볼 수 있는 지식적 요소들을 다이어그램을 전개하듯이 설명하며 답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지은이 스콧 크리스찬슨┃옮긴이 이섬민┃펴낸곳 다빈치┃2013.09.30┃2만 5000원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 - 동굴 벽화에서 아이팟에 이르는 이미지 혁명

스콧 크리스찬슨 지음, 이섬민 옮김,
다빈치, 2013


#세상을 훔친 지식 설계도, 다이어그램 #이섬민 #다빈치 #아이팟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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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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