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원인 나는 지난해 11월 21일에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현재 학교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이 유해정보에 노출되기 쉬우니, 현재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에 대해 더 세밀한 검토와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전산전문가와 확인해 보았더니, 저소득층지원 PC의 유해사이트 차단율이 겨우 1%로 심각했다.
현재의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은 저소득층의 열악한 PC관리 환경에 부적합하다. 저소득층의 경우 조손 또는 한부모 가정 등으로 인해 PC 사용 지도에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손쉽게 유해 환경에 접할 수 있다. 즉, 이들에게는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강력한 차단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당시 이 사안에 대해 언론도 큰 관심을 갖고 보도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등 15개 시도 교육청(대구, 광주 제외)에서 40억 원의 예산을 편성, 올해 처음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인터넷 통신비와 함께 유해사이트 망차단 서비스를 유상 지원했다.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학생들은 약 20만 명에 이른다.
유해사이트 차단 서비스, 실효성 신뢰할 수 없는 상태
그러나 현재 통신사가 제공하는 유해사이트 망차단 서비스는 유해사이트만 차단하는 데만 그치고 있다. 때문에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의 게임 중독과 음란물 등 인터넷 중독을 차단하거나 예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유해사이트 차단 실효성조차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유해사이트 차단 우회 접속을 이용해 무력화하는 방법이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네이버 등 검색 포털에서 입수한 간단한 방법으로 망차단 서비스를 무력화 시키고 음란 사이트와 동영상에 접속할 수 있음을 전산전문가와 함께 확인했다. 네이버에서 "유해사이트 차단 OO" 와 "SSL 프록시*OO"로 검색하면 7000개 이상의 유해사이트 차단 무력화 방법을 입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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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사이트 차단 우회 접속을 이용해 무력화하는 방법이 청소년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고, 네이버 등의 검색 포털에서 입수한 간단한 방법으로 망차단 서비스를 무력화시키고 음란 사이트와 동영상에 접속할 수 있음을 전산전문가와 함께 확인했다.
ⓒ 김형태
SSL(Secure Socket Layer) 프로토콜은 보안강화를 위해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정보공개시스템, 국민신문고 등의 웹 사이트, 트위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SSL 프로토콜의 역기능은 SSL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유해 사이트와 게임 사이트 등을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광고 목적의 SSL 프록시 서버가 우후죽순으로 확산되고 있다.
보호자의 돌봄이 어려운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제공하는 통신사의 유해사이트 망차단 서비스에서 SSL 프록시 사이트를 이용한 유해사이트 우회접속을 검증한 결과, 유해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K사의 '안심 등급' 서비스는 교육 관련 추천 사이트만 접속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음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혈세 40억을 투자하고도 실효성이 없다면 말이 되는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전시행정, 탁상행정을 할 것인가?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이 이른바 게임과 음란물 등 '정보화 쓰레기'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교육부와 교육청은 하루 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현재 유해사이트 차단 시스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검토한 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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