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가 고작 산업단지 하자는 사업인가"

[국감-미방위] 이상민, 과학벨트 수정안 '맹공'... "취지 잃고 천덕꾸러기 전락 우려"

등록 2013.10.22 11:57수정 2013.10.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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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이 22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기초과학연구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박근혜 정부의 '수정안'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집중 제기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기초과학연구원 및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연구재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22일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가운데, 민주당 이상민(대전 유성)의원은 "세계과학기술 10대 중심축이 되겠다는 당초 목표는 사라지고, 부지매입비를 아끼겠다는 미래부와 여기에 아무 말 못하는 기초과학연구원, 그리고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사업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대전시가 합작해 아무도 오지도 찾지도 않는 과학벨트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이 의원은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을 대상으로 '과학벨트 수정안'의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과학벨트가 산업단지를 하는 게 목표인가, 아니면 기초과학에 투자해서 세계적인 사이언스 타운을 만드는 게 목표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오 원장은 "당연히 사이언스타운이 목적이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그런데 과학벨트 수정안은 각 지역에서 반발한다는 이유로,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까지 산업단지를 하겠다고 한다, 더군다나 기초과학연구의 거점이 되어야 할 거점지구까지 절반은 산업단지를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이게 과학벨트 본래의 비전에 맞는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오 원장은 "그것은 미래부에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기초과학연구원장님으로서, 또 이 과학벨트를 이끄는 리더로서 (과학벨트에 대한) 비전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만일 당초의 비전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 가봤는데, 여기는 천만 평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동이 중단됐다, 바로 썬 연구소에 밀려서 잠시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앞서가고, 경쟁우위에 있지 못하면 경쟁에 밀려서 오지도 않고, 찾지도 않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과학벨트의 당초 기본계획은 3년에 걸쳐서 국내외 과학자들, 그리고 범정부적인 관료들이 모여서 지혜와 아이디어를 모았던 계획이다, 당시 원장님도 참여했죠?"라고 묻고 오 원장이 "네 저도 과학벨트위원으로 있었다"고 답하자 "그런데, 지금 이렇게 변질되어서야 과연 당초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오 원장은 "저도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상 너무 지체되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바꾼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지매입비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전시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과학벨트의 착공시기가 늦춰지는 것 보다 현재처럼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이전해 건설하는 '과학벨트 수정안'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


이러한 답변에 이 의원은 버럭 화를 내며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꿰서 쓸 수도 없고,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비행기에 오토바이 엔진을 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초 기초과학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20년, 30년 후를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원장님께서 기재부나 미래부에 강력하게 이것은 아니라고 말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굴복해서 과학벨트가 이렇게 찌그러들게 만드는 게 과학자의 양심으로서 맞는 것이냐"고 호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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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에 오 원장은 "저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과학벨트가 지역개발사업인가, 산업단지 만드는 게 과학벨트의 비전인가"라고 물은 뒤 "과학벨트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결핍된 부분에 적극 투자해서 세계과학기술 10대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게 당초 목표 있는데, 이를 이루기는커녕 부지매입비 조금 아끼겠다는 기재부와 여기에 굴종하는 미래부, 아무 말도 못하는 기초과학연구원장, 또 엑스포과학공원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대전시가 합작해서 아무도 오지도 찾지도 않는 과학벨트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과학벨트는 정권이나 정파에 의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조급증을 버리고 기초과학연구에 집중투자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당초 비전도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과학자로서 양심껏, 소신껏 원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과학벨트 #과학벨트수정안 #이상민 #기초과학연구원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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