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원 출신 여당 의원으로 '이석채 저격수'로 불리는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권우성
"KT는 평균 연봉 6천만 원에 신입사원 경쟁률이 150대 1인 회사예요. 그런 회사 사람들이 자살할 때는 분명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KT 임원 출신 여당 의원이 '이석채 저격수'를 별러 화제다. 권은희(54)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KT 노무 관리 실태를 고발했다. 권 의원은 당시 "올해 들어서만 KT 노동자 8명이 자살했는데 직원들에게 국내 대기업에 비해 자살률이 현저히 낮다는 이메일을 보냈다"면서 KT 경영진을 비판했다(관련기사:
우정사업본부-KT '동네북'... 노동자 처우 '뭇매').
"올해 들어서만 8명 자살... KT에 문제가 있는 것"23일 오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아래 미방위) 국정감사 도중 미방위원장실에서 만난 권 의원은 KT 출신이면서 어떻게 KT 문제를 거론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나도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2009년) 이석채 회장이 와서 초반에는 의미 있는 일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경영층에 새로운 사람들을 영입하면서 기존 사람들과 괴리감이 커졌어요. 회사가 사원들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사원들과 경영진 간에 물과 기름 같은 게 생긴 거죠."이공계 출신인 권 의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거쳐 지난 1986년부터 25년이나 KT에 몸담으며 KT 사상 두 번째 여성 임원으로 뽑혔다. 지난 2010년 KT네트웍스 전무에서 물러난 뒤 벤처기업 대표를 거쳐 지난해 4월 19대 총선에서 대구북구갑에서 당선해 정치계에 입문했다.
권 의원이 처음부터 'KT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계열사 임원이긴 했지만 권 의원 역시 이석채 회장 체제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작년 국감 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KT 노무 관리 문제를 제기한 시점만 해도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도저히 이래서는 회사가 안 되겠다 싶었어요. 국가 발전이나 우리나라 통신 산업 발전 측면에서 봤을 때 KT 안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잖아요. KT는 국민 기업이기 때문에 KT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에게도 문제가 생기는 거죠. 여기서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공교롭게 지난 22일 검찰은 이석채 회장 고발 건으로 KT 본사와 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출국 금지 조치로 25일부터 예정했던 아프리카 출장도 불투명해졌다. 이 회장은 오는 31일 국회 미방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한때 직장 상사였던 이 회장과 국감장에서 맞닥뜨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냐는 물음에 권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지적했듯이 올해 들어 자살한 노동자가 8명이나 되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에서 부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쌍용차보다 심하고 팍스콘보다 심하다고 생각해요, KT는 평균 연봉이 6천만 원이고 신입 사원 경쟁률이 150대 1씩 되는 회사예요. 모든 사람들이 다 들어가고 싶어 하는 그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자살할 때는 분명히 회사에 문제 있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KT 고객 정보 가진 자회사 지분 해외 매각해선 안돼"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석채 회장의 KT 부동산 '헐값' 매각과 친척 기업 투자 문제를 지적했지만 권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는 전산 관련 자회사(KT DS) 지분 해외 매각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부동산 매각 문제는 배임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차피 국내에 매각했기 때문에 일단 접어두더라도, 정말 심각한 건 KT DS 지분 절반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문제예요. KT DS는 KT IT(정보기술)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고 KT 고객 정보도 다 갖고 있어요. KT에서는 해외업체와 '윈윈'한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위험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이 회장에게 이 문제를 질문하고 싶어요."권 의원은 지난해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IT 문제를 주로 다루다 올해 초 미방위로 옮겼다. 권 의원은 KBS 수신료 인상, 종편 특혜 등 '방송 공정성' 문제에 가려 미방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한 IT와 과학 분야 문제들을 주로 거론하고 있다. 이날 KBS와 EBS를 대상으로 열린 미방위 국정감사에서도 권 의원은 지난 3·20 전산망 마비 사태로 드러난 방송사 보안 시스템 허점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미방위가 방송과 과학과 통신을 다 골고루 짚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방송 쪽을 많이 할애하더군요. 과학과 통신을 주로 짚어서 균형을 맞추는 게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소프트웨어 집중해야... '정보통신기술진흥원' 만들어 창조경제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