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논란' 한국거래소 이사장, 국감서도 뭇매

[국감-정무위] 한국거래소·기술보증기금 방만한 운영도 여야 질타

등록 2013.10.24 20:00수정 2013.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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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정감사에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입을 가리고 있다.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정감사에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입을 가리고 있다. 정민규

"더욱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포부와는 다르게 국회 정무위원들은 그의 역량에 쉼없는 의문을 제기했다. 24일 오후 2시부터 부산 기술보증기금에서 열린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정감사는 지난 1일 취임한 최 이사장의 청문회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캠프의 자문교수단에 참여했던 최 이사장에게 야당은 '보훈 인사'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재무부 출신으로 한동안 현직에서 멀어져 있던 퇴직관료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낙점된 것을 두고 전문성을 따져 물었다.

포문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열었다. 송 의원은 최 이사장에게 "임명되자 마자 낙하산·보훈인사 논란이 반복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혹까지 제기됐는데 최 이사장은 전문성이 있는 분이라 생각하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은 "30년 동안 세제를 다루었고, 증권사 CEO로 4년간 활동했다"며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현대증권 대표 경력 또한 최 이사장의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최 이사장이 현대증권의 대표로 재임하면서도 회사돈으로 엄청난 손실을 끼친 사실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최 이사장은 현대증권 대표를 맡으며 현대저축은행 인수와 선박펀드 투자 등을 통해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증권 노조 역시 이점 때문에 최 이사장의 한국거래소 이사장 취임을 반대해 왔다.

여당도 최 이사장에 대한 의구심을 놓지 않았다. 여당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거래소는 (낙하산 인사가) 너무 심하다"면서 "한국거래소는 밑에서부터 현장 실무를 직접 체험한 분들이 더 전문성 측면에서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도덕성 해이에 '모피아'들의 안식처 비판은 여전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정민규

낙하산 논란과 더불어 해묵은 금융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이번 국감에서도 여전히 지적됐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기술보증기금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기술보증기금 출신 퇴직자가 설립한 기업 34곳에 총 132억여 원의 보증서를 발급했다"며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방 이전 공기업의 거주 환경을 돕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혁신도시 아파트를 전매한 직원들의 도덕성 해이를 질타했다. 조 의원은 "200만 원을 싸게 분양한 아파트를 구매하도록 다시 1% 저리 대출로 202억 원이나 지원해주었는데 이를 전매한 직원이 11명"이라며 "도덕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터무니 없이 높은 연봉도 질타를 피해나가기 힘들었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보직이 없는 간부직원 50여 명에게 억대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며 "차량 관리 등을 하며 억대 연봉을 받는 간부들에게 그에 맞는 직책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하며 확답을 피해가던 최 이사장은 질책이 이어지자 "반드시 시정하겠다"며 입장을 틀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는 재정경제부 관료집단인 '모피아'의 금융공기업 장악 문제를 파고 들었다. 그는 "한국거래소 이사 중 올해 임명된 7명 가운데 5명이 재정경제부 출신"이라며 "한국거래소 이사회가 모피아 낙하산 집합소도 아니고 이렇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성완종 의원은 "2010년부터 3년간 거래소가 편법적으로 제공한 복지혜택이 71억여 원에 달한다"며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공기업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경수 이사장은 "효율성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계획을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민감한 질문에 "검토하겠다"는 대답만... "한국'검토'거래소냐?"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정감사에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4일 오후 부산 문현동 기술보증기금에서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정감사에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민규

한국거래소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기는 주식거래 요율을 낮추자는 의견은 여야에서 동시에 나왔다. 신동우 새누리당 의원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사내 유보금이 1조 700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경기 부진에도 한국거래소가 높은 수수료를 거둬들여 유보금을 늘려갔다"고 문제 삼았다.

이같은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최경수 이사장이 대부분 "검토해보겠다"고 받아넘기자 의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김정훈 정무위원장까지 나서 "한국'검토'거래소냐"며 "하다 못해 적극 검토하겠다라고도 말해달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우주하 코스콤 사장의 행동은 야당의 집중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 사장은 지난 4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신교육에서 국회의원을 '나부랭이'라고 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촉발시켰다. 우 사장은 "적절하지 못했다"며 논란을 피하려 했지만 연이어 과도한 홍보비 책정과 업무추진비 집행이 불거지며 해명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는 우 사장은 "사의는 표명했지만 사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혀 의원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의원들은 국감장에 과하게 몰려온 한국거래소·기술보증기금 임직원들의 태도도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감장을 가득 메운 60여 명의 임직원들을 바라보며 국감 시작 전부터 "오늘 국감한다고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은 개점 휴업인 건가"라고 꼬집어 말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 도중 "다음부터는 이렇게 오지 말고 꼭 필요한 간부 외에는 업무를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국감장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까지 대강당에 모여 대형 화면으로 생중계하는 국감을 지켜보았다.

한편 이날 국감장 밖에서는 동양증권 피해자와 저축은행 피해자 100여 명이 피해 구제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의 국감장 접근을 막기 위해 경찰력 200여 명으로 기술보증기금 건물을 에워쌌다. 이를 의식한 의원들이 "(동양그룹의)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해 정황을 포착한 것이 있냐"고 물었고 최 이사장은 "저희들이 자료분석해서 다방면으로 심리중"이라며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정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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