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 도청 의혹을 보도하는 CNN 방송 갈무리
CNN
독일 정부가 미국 정보기관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휴대전화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한국시각) 독일 외무부는 미국이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 도청했다는 의혹을 입수하여 존 B. 에머슨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 대변인은 미국 정보기관이 메르켈 총리의 휴대 전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며 메르켈 총리가 즉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와 같은 관행은 양국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행위이며, 독일은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한 항의를 전달했다.
독일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제1 야당이자 집권당 기민·기사 연합당과의 대연정을 논의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당수는 "메르켈 총리뿐만 아니라 독일 국민 모두가 감청당했다는 것이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 카니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휴대전화를 도청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항의... 오바마 '바쁘다 바뻐' 최근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대사들은 독일뿐만 아니라 주요 동맹국에 도청 의혹을 해명하느라 바쁘다.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각국 정상 휴대전화 도청 활동을 담은 기밀문서를 유럽 언론에 폭로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독일 <슈피겔>은 "NSA가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의 이메일 계정 서버에 접근하여 2010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이메일 내용을 훔쳐봤다"고 보도하며 본격적인 파문이 시작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 참석한 멕시코의 호세 안토니오 메아데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니에토 대통령이 안소니 웨인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의 소환을 지시했다"며 "곧 귀국하면 웨인 대사를 불러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루 뒤 21일에는 프랑스 <르몽드>가 스노든이 제공한 문서를 바탕으로 미국이 지난해 12월부터 프랑스 정·재계 주요 인사의 전화 7천만 건 이상을 도청했다고 보도하자 프랑스 외무부도 즉각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공식 성명을 통해 "프랑스 시민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동맹국 사이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르몽드>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앞서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도 미국이 대통령과 보좌진을 도청한 것에 항의하며 이번 달로 예정됐던 미국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미국 측은 "안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며 도청을 일부 시인했다.
"도청 안 했다" 끝내 확답 못한 백악관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수입 활동은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건강보험 개혁 '오바마케어'와 공화당과의 힘겨루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 정상의 거센 비판까지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의 항의에 "현재 도청을 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과거에는 하지 않았다고 끝내 확답하지 못한 백악관의 어설픈 해명은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CNN은 "과거 시제(past tense)를 교묘하게 회피한 카니 대변인의 해명이 오히려 의심만 더욱 키웠다"며 "스노든의 폭로를 전하는 유럽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조지 부시 전 대통령처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은 국제 테러, 사이버 공격, 조직범죄 등에 맞서기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며 "하지만 스노든 폭로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 유럽의 여론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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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청 의혹에 뿔난 정상들... 오바마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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