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궤 8일간의 축제 KBS 공영 방송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심각한 무예사/군사사 고증 문제가 있다. 정녕 이 프로그램을 픽션 사극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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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正祖)는 조선의 제 22대 군주로 조선후기 문예부흥을 일으킨 성군으로 기록된 국왕이다. 특히 조선 최대의 비극으로 각인된 국왕의 다음 대를 이을 세자가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사건인 '임오화변'의 주인공인 사도세자를 아버지로 둔 슬픈 군주. 왕위에 오른 후에도 국왕의 침소에 끊임없이 자객들이 몰려왔으나, 이를 물리치고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드높였던 강인한 군주. 개혁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비로소 조선을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 수 있었던 1800년 6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군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국왕이 정조이기에 그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최고의 소재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비록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차마고도' '누들로드' '슈퍼피쉬' 등으로 다큐멘터리(아래 다큐) 제작 역량을 뽐낸 KBS에서 야심차게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이야기를 다큐로 풀어내었다.
이 의궤의 내용은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위해 서울에서 출발, 수원 화성을 다녀온 8일간의 기록이다. 제작비만 해도 수억 원이 넘게 소요되었을 법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화룡점정이 되었어야 할 결정적인 장면에 고증 오류가 발생하고 말았다.
본 다큐의 연출이 인터뷰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후 8일 뒤에 숨을 거두는 점', '원행을묘정리의궤가 8권으로 구성된 점', '행차가 8일 동안 이어졌다는 점' 등 곳곳에서 발견되는 숫자 '8'로 뫼비우스를 형상화했다고 하였으나 필자의 눈에는 여덟가지 오류가 뫼비우스를 따라 쫓아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