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부품부터 고추장 부풀리기까지... 전교조가 밝혔다

만연한 교육 비리 들춰낸 전교조의 위축이 우려되는 까닭

등록 2013.10.27 17:13수정 2013.10.2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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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면서 그동안 교육계에 만연한 비리를 들춰내어오던 전교조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지부장 .
정부가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하면서 그동안 교육계에 만연한 비리를 들춰내어오던 전교조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교조 울산지부 권정오 지부장 .권정오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강행하면서 학교 현장의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전교조가 위험을 무릅쓴 내부고발 등을 통해 교육계와 학교 현장에 만연한 비리를 들춰내 학부모들의 교육비 절감에도 일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교조의 위축은 학부모들에게도 손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전교조는 보수계층과 사학재단 등으로부터 '과격단체' 내지는 '종북단체' 등으로 매도됐다. 하지만, 참교육을 실현한다는 기치 아래 실제로 교육계와 학교 현장에서 만연한 각종 비리와 부조리를 파헤치면서 많은 개선을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비리 들춰진 대상자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전교조

한때 울산지역 교육계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드러나는 비리들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대부분 전교조의 활동에 의한 것이었고, 비리가 들춰진 대상자들에게는 전교조가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근래까지 울산지역 교육현장이 '비리백화점'으로까지 불린 데는 이처럼 전교조의 위험을 감수한 내부고발의 영향이 컸다. 또 이후 울산교육계가 많이 정화됐다는 말이 지역에서 회자되는 것도 전교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학교정보화 사업에서부터 학부모들의 금쪽 같은 교육비가 들어가는 학교급식에 이르기까지 전교조가 들춰내 그 실상을 알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지역에서 드러난 비리들이 전국적 연관성이 의심됨에도 지역 내 문제로 마무리되는가 하면, 해당 전교조 교사들은 오히려 징계 해고 등의 불이익을 받은 사례들도 허다하다.


전교조가 파헤쳐 낸 정보화 시스템의 가짜 부품 사건은 그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1만여 개 학교에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즉 C/S 서버를 구축하는 학교정보화 사업을 단행했다.

C/S 서버는 "학생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전교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가 설치되기 이전의 학교 전산정보망으로, 전교조는 이 C/S 서버가 예산낭비를 부를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몇 년 후 또 다시 NEIS가 시행됨으로써 예산 낭비는 현실화됐다.


C/S 서버는 지금까지 교사의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학생성적 관리, 건강관리 등을 정보화장치하는 것으로,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불렸다. 울산에서도 당시 160여 개 전체 학교 중 2000년 44개 학교가 이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울산시교육청은 C/S서버를 구축하면서 핵심 부품인 하드 디스크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제품인 '썬' 제품을 개당 270여만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의 전교조 교사들에 의해 "이 C/S서버 부품이 가격이 훨씬 싼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2년 전교조와 전교조 출신 교육위원들은 진상조사를 거쳐 "울산지역 초등학교에 설치된 서버 부품은 계약에 따른 정품이 아닌 싼값의 다른 제품으로 설치됐다"며 문제삼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C/S서버 부품 가짜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사안이라 법정공방은 치열했다. 결국 항고와 기각, 재항고의 지리한 공방이 이어진 끝에 결국 2005년 10월 14일 울산지방법원 항소심 합의부 재판부는 이 부품이 가짜라고 판결했다. (관련기사 : <울산교육청 C/S서버 '가짜부품' 유죄>)

법원은 C/S서버 설치업체인 간부에 대해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한편 공급업체 관련자 2명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500만 원에 처했다.

각 학교 C/S 서버에는 18기가바이트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2개씩 들어갔는데 2000년 당시 정품인 썬 제품의 가격은 하나에 270만 원, 가짜로 들어간 IBM 제품은 하나에 48여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났다. 결국 전체 44개 학교에서 4억 1600만 원에 달하는 차액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C/S서버 구축 계약시 마이크로썬(SUN)사 정품의 하드디스크를 넣기로 계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썬사 정품이 아닌 계약과 다른 IBM사 제품을 납품하면서 이를 교육청에 알리지 않았고, 검수과정에서 비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정품확인서를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교육청을 속이며 계약금을 모두 수령한 것이 사기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도 전교조와 교육위원들이 밝히고자 했던 핵심사안은 비켜갔다. 전교조는 이 같은 사례의 전국적인 현황, 그리고 교육청 공무원과의 유착이었다.

당초 전교조와 교육위원들은 'C/S서버 부품 가짜 사건'에 교육청의 공무원이 관련됐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고 전국적인 사례 조사도 요구했다. 하지만 결국 공무원과의 유착은 밝혀지지 않았고 울산의 사례로 막을 내렸다.

당시 전교조 교사 등으로부터 내부고발을 받아 이 사건을 파헤진 전교조 출신 노옥희 교육위원은 "공무원의 관련사실이 법적으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약에서부터 정품확인과정, 재판과정, 배상청구과정을 통해 업자와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상당한 의혹이 여전히 남는다"며 "이에 대해 교육청에서는 관련 공무원의 직무관련성을 감사해 징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학부모가 낸 급식비가 엉뚱한 곳으로... 전교조 도움 받은 영양사 내부고발

지역교육계에 만연한 비리는 학교 급식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2006년 일선 학교의 전교조 교사들은 일부 학교가 학교급식비를 부풀려 업자에게 제공하고, 업자는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내부 고발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급식비 부풀려 학교장·행정실장에 리베이트>

당시 전교조 조사 결과 지역 대다수 고교의 경우, 당초 예정 부식비와 실집행가의 차이가 많아 연간 8000만 원까지 초과된 학교도 있었다. 또한 예정가보다 수천만 원 이상 적게 구매하는 학교도 있는 등 급식비 변동이 의문투성이로 나타났다.

당시 전교조 울산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낙찰가 대비 500% 이상의 육류 부식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금전수수의 비리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울산 M고의 경우 식당 현장에서 4말로 요구한 고추장이 변경돼 서류상 12말로 수정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110kg을 요구한 감자를 변경해 345kg으로, 120kg을 계획한 닭고기가 300kg으로 변경되는 등 부풀리기가 심했다. 이 학교는 예정부식비보다 실집행가가 연간 1000여만 원이 많았다.

M고 학교운영위원회와 전교조는 이같은 사실을 파악해 울산시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서류상 하자가 없다"며 무마한 것으로 드러나 다시 한 번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학교 영양사는 전교조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급식비를 부풀리기 위해 서류조작을 한 사실과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학교장과 행정실장에게 전달한 사실을 실토했다. 특히 당시 전교조 울산지부가 공개한 업자와 영양사간의 전화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업자가 영양사에게 "교장 선생님이 실체를 인정해야 전교조도 더 이상 들고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고, 진술서에는 교장이 영양사에게 "딱 잡아떼라"고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전교조는 당시 "급식민원과 사고는 허술한 급식관리에서 발생하며 각 학교의 급식비 집행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과다 구매의 경우 물량조작을 통한 리베이트 수수와 공금횡령 가능성이 있으므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울산지역 일선 학교에서의 급식 비리는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이 또한 전교조가 위험을 무릅쓴 내부고발로 학부모들의 부담을 들어준 경우다.

비단 최근 새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 이전에도 지역 교육계에서는 다시 전교조를 무력화 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전교조 위축의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전교조의 내부 고발에 따른 비리혐의로 10여 년 전 물러났던 사학재단 이사장이 복귀하면서 그동안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상화되어 가던 한 사립고등학교가 다시 파행을 겪고 있는 것.

전교조는 이사장 복귀 후 1인 전횡과 교사들에 대한 일상적인 징계위협, 불법적인 학사개입 등으로 파행이 우려된다고 세상에 알렸지만, 얼마뒤 정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전락시키면서 이같은 목소리도 묻히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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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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