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없어진 것도 서러운데, 기록도 없다니..."

충남도 통폐합학교 역사 실종... 전문인력 확보 시급

등록 2013.10.28 17:14수정 2013.10.2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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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흔적이 없어진 것도 서러운데, 기록조차 없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1992년 폐교된 만사초등학교 한 동문은 얼마 전 신양면지에 수록할 교육사료를 구하기 위해 충남 예산교육지원청에 문의를 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만사초에 관한 사료는 생활기록부와 졸업대장, 재적증명서 등 민원서류 발급을 위한 개인자료 외에 다른 자료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a  만사초등학교가 폐교된지 20여년, 건물은 오래전에 철거되고 토지임차인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만사초등학교가 폐교된지 20여년, 건물은 오래전에 철거되고 토지임차인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 장선애

만사초등학교가 폐교된지 20여년, 건물은 오래전에 철거되고 토지임차인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 장선애


이 동문은 이에 2006년 발간된 <예산교육사>에서 자료를 발췌하기 위해 찾아보다가 또 한 번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225쪽 제4장 기타사항 '초등학교 통폐합 개황'표에 단 한줄로 처리된 만사초의 설립연월일이 나와있지 않았던 것.

 

그는 "관련서류가 없어 기록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역사지를 만들면서 동문들에게 수소문하거나 과거에 발간된 예산군지 등을 찾아보면 설립연월일을 왜 알 수 없겠나"라면서 삽교초 용동분교, 성리초도 설립 연월일 혹은 통폐교연월일이 기록돼 있지 않는 등 <예산교육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사료관리, 특히 공공기록물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교육현장에서는 역사자료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남교육청도 전문인력인 기록연구사를 채용했으나, 15개 시군교육지원청을 관할하는 기록연구사는 달랑 5명 뿐이다. 이들은 현재 충남교육청과 공주·당진·아산·천안교육지원청에 1명씩 배치돼 있다.

 

예산교육지원청의 경우 행정지원팀에 소속된 업무 담당자가 10여가지에 이르는 여타업무와 함께 맡고 있으며, 인사이동에 따라 짧게는 1년만에도 업무가 바뀌어 전문성과 연속성을 기할 수 있는 인력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교육지원청 신관2층에 마련된 기록관에는 서류들과 DB자료들이 비치돼 있으나, 아직까지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 옛 만사초의 경우처럼 사료실종의 문제가 우려된다. 특히 십수 개의 학교들이 통합되면서 졸업앨범, 역사사진, 학교유물들은 이관되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다.

 

예산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요즘은 전자문서가 일반화돼 대부분 디지털자료로 보관되고, 일반문서는 민원인용 증빙서 정도"라면서 "전년도 자료는 일선학교에서 보관하며, 2년이 지난 자료는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한다, 또 30년 이상이 되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수 있는데, 대부분 교육지원청에서 연장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통폐합학교 자료와 관련 "분교의 경우 통합된 본교에서, 폐교된 본교의 경우 교육지원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만사초와 관련한 개인서류는 보관돼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연혁을 비롯한 학교자체에 대한 서류들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며 "서류이외에 물건들은 장소의 한계로 이관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교육청에서는 현재 공공기록물 관리에 대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으며, 연말께 완성 예정이다"라면서 "연차적으로 전문인력이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교육사료관리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2013.10.28 17:14ⓒ 2013 OhmyNews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교육사료 #공공기록물 관리 #예산교육사 #기록연구사 #만사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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