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박은경
그러다가 손님들과 함께 오름을 찾았다. 한걸음씩 오름을 밟아 올라갈수록 맑아지던 친구들의 표정. 오름에서의 울림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 후 해마다 가을이 오면 친구들을 모집해 '오름투어' 개최했다. 제주의 감동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다.
햇살이 따가우면 따가운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우린 준비한 것들을 챙겨 들고 오름을 올랐다. 많은 비가 내린 날에도 가봤지만, 오름은 역시 가을볕이 쏟아지는 날에 가면 좋다. 복잡하고, 답답한 상념을 갖고 올라도 가을볕은 습한 마음을 바삭하게 말려준다. 몇해 전 가을, 좋지 않은 마음을 안고 오름에 올라, 나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내가 옹졸했구나...""그 사람은 그게 힘들었겠구나..."그렇게 세상과 한 발 떨어져 오름에 누워 있다가 툭툭 털고 일어나니 뭔가 훌쩍 가벼웠다. 하늘, 들꽃, 억새 등 세상은 더욱 예쁜 모습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오름은 일상의 쉼표가 되고, '힐링'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제철'은 음식 앞에만 붙이라는 법 없다. 제주의 오름, 지금이 딱 제철이다. 다랑쉬오름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이는 아끈다랑쉬오름은 지금 장관이다. 이뿐 아니라 모양과 느낌이 다른 오름이 제주에는 380개가 넘는다. 느낌 아는대로, 느낌대로, 골라서 오르면 된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내게 오름은 인생의 한 수를 가르쳐주는 멋진 스승이고 제주에 사는 행복이자 특권이다.
올해 아끈다랑쉬오름의 억새는 유난히 키가 크다는데.... 많이 끌리면 겨울이 오기 전에 휘리릭 다녀가시길.
▲ 가을, 제주 오름에세 쉽게 만날 수 있는 억새.
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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