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장관 '통신원가 공개' 번복 파문

[국감-미방위] 여당 압박에 보름 전 발언 뒤집어... 소비자 증인 채택도 막아

등록 2013.10.31 17:30수정 2013.10.31 17:54
1
원고료로 응원
a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31일 확인 국감에서 통신요금 원가 공개 발언을 뒤집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통신요금 원가 자료 공개) 소송 취하 시기를 검토하겠다…. 취하하면 바로 자료 제출하겠다."(10월 14일)
"소 취하 자격이 없거나 취하해도 실익이 없다…. 재판부 판단 지켜보겠다."(10월 31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말 바꾸기에 국회가 정회까지 하는 파문이 일었다. 최 장관은 3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서 열린 미래부 확인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요금 원가 자료 공개' 관련 항소 취하를 검토하겠다던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최문기 "통신원가 공개 소송 취하 자격 안돼... 법원 판결 지켜보자"

최 장관은 지난 14일 미래부 국감에서는 통신원가 자료 공개를 공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압박에 이렇게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참여연대가 방송통신위원회(현재 주관부처는 미래부)를 상대로 제기한 이동통신요금 관련 자료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시민단체 쪽 손을 들어줬다. 이에 방통위도 통신사 영업보고서 등 일부 정보 공개는 수용했지만 보조참가한 통신3사가 '영업 비밀'이라며 항소해 오는 11월 5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통신요금 원가자료는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최 장관의 소송 취하 검토 발언을 문제 삼았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이동통신요금은 시장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라며 "해외 사례도 없고 2002년 KT가 공기업일 때 유선전화 원가공개 소송에서 법원이 영업 비밀을 인정해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도 "통신비 원가자료 공개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오히려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에 최 장관은 "법률 검토 결과 영업보고서 내용은 방통위가 항소하지 않아 소 취하 자격이 없고 신고·인가신청서 내용은 미래부가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통신사업자들이 항소를 유지할 수 있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최종 변론이 끝나고 재판부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민주당 "통신3사-여당-정부 음모론"에 정회 소동... 소비자쪽 증인 채택 무산

a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가 지난해 9월 10일 오전 10시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정보 공개 판결의 의미와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이번에 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지난 14일 소 취하 발언을 끌어냈던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이날 "어떻게 하루아침에 뒤바뀌나"라면서 "통신3사와 새누리당, 정부간에 어떻게든 자료 공개를 막으려는 거대한 음모가 있지 않나"라고 따졌다.

유 의원은 통신요금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을 상기시키며 "정부가 취하해도 통신3사가 취하하지 않으면 (소송은) 계속 가는 것"이라면서 "통신사 걱정하지 말고 정부라도 취하해서 (원가 공개) 의지를 보여라"고 압박했다.

새누리당이 통신 원가 공개를 요구해온 시민단체 쪽 증인 채택을 막은 것도 '음모론'을 부추겼다. 이날 미방위 국감에는 통신요금 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해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 구현모 KT T&C부문 운영총괄 전무, 원종규 LG유플러스 모바일사업부 전무 등 이통3사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반면, 야당 의원들이 요구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와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 소비자쪽 증인 채택은 새누리당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날 "소비자 증인 채택 무산은 이동통신 3사의 로비와 새누리당의 통신 재벌 비호가 결합되면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이동통신 3사의 임원급 인사들만 출석해 자신들만의 변명을 늘어놓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유 의원의 '음모론'을 문제 삼았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동료 의원을 상대로 음모란 표현을 쓴 건 인격 모독이자 품격 손상 발언"이라며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권은희 의원 역시 "어떤 사안에 있어 의원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지만 정부와 통신사, 여당의 음모라고 하는 건 명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근거나 증거가 없다면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 의원도 "새누리당이 통신3사, 정부와 짜고 공개를 막으려고 보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할 정도로 반전된 것"이라면서도 "음모가 없었다면 취소하고 사과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한선교 미방위원장(새누리당)은 "음모가 없었다면 사과한다는 말은 음모를 전제한 것"이라면서 이를 사과로 인정하지 않고 "박대출 의원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고 국회 명예 훼손 판단을 양당 간사에게 맡기겠다"며 오후 3시 40분쯤 정회해 1시간 30분 가까이 감사를 중단했다.
#통신요금원가공개 #최문기 #미래부 #미방위 #통신요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2. 2 "알리·테무에선 티셔츠 5천원, 운동화 2만원... 서민들 왜 화났겠나"
  3. 3 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4. 4 "내 연락처 절대 못 알려줘" 부모 피해 꽁꽁 숨어버린 자식들
  5. 5 80대 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이럴 줄 몰랐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