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어디?

[김철수PD의 날씨살롱]

등록 2013.11.01 16:04수정 2013.11.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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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대청봉에서 시작한 올 가을 단풍전선은 남행(南行)을 계속해 지난달 말에는 지리산 등 남부지방의 높은 산까지 내려갔다. 단풍전선은 기온이 내려갈수록 빠르게 남하하는데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도심 주변도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했다. 11월 초순을 넘어서면 대부분의 남부지방에서도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북반구의 허리 부분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이 무렵, 겨울채비를 서두르는 철새들의 날갯 짓도 빨라진다. 11월 중순이면 시베리아의 강추위를 피해 남하하는 겨울철새 무리의 비행도 대부분 마감된다. 한반도를 거쳐 일본, 멀리는 호주까지 이동하는 겨울철새는 해마다 단풍소식보다 조금 빠르게 찾아온다. 올해도 추석 전(9월 중순) 겨울철새의 선발대인 쇠기러기가 철원평야에 모습을 보였다.

본격 추위를 앞두고 찾아온 겨울철새들의 군무(群舞)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북으로부터 가장 근접한 기착지인 철원평야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등에서 남하한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1500여 마리가 잠시 머무르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천수만 AB지구 간척지 일원에는 15만여 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남부지방에도 겨울철새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철원평야를 찾은 재두루미들
철원평야를 찾은 재두루미들 강원도 철원군청 & 정승익 작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조류(鳥類)는 400여 종에 달하는데 철따라 오가는 철새들은 280여 종에 이른다. 이 중 겨울철새는 110여 종으로 기러기류, 오리종류, 두루미류가 대부분이다. 겨울철새들은 여름철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한 후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남으로 내려오는데, 새끼들을 동반하고 있다.

대부분의 철새는 야간비행을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야간이동은 일몰 후 30분~1시간 사이에 시작된다. 밤에는 난기류가 적어 바람도 약하고 대기가 안정돼 있어서 새들이 큰 움직임 없이 수평으로 계속 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조류는 대류를 이용하기 위해 주간에 도심지역을 찾아 통과하기도 한다.

철새들은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한 시간에 50~60㎞의 속도로 한번에 5000㎞까지 비행한다. 또 철새들이 날고 있는 고도는 대부분 1000m 이하로 알려져 있다. 작은 조류 중에는 1500m 고도에서 이동하는 철새가 있고 때로는 4300m 높이를 나는 새들도 있다. 이외에도 레이더에 기록된 것 중에는 6000m의 높이를 나는 조류도 있었다. 많은 철새들이 히말라야나 안데스의 높은 산들을 넘어 이동하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철원평야의 기러기 떼
철원평야의 기러기 떼 강원도 철원군청 & 정승익 작가

끊임없이 변하는 대기(大氣)의 흐름은 먼 길을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위험이자 기회이기도하다. 조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전선(前線)의 흐름과 새들의 이동 간에 뚜렷한 관련성이 발견됐다. 북반구에서는 대체로 가을철 한랭전선이 통과할 때 수십만 마리의 새가 이동한다. 이러한 대규모의 이동은 북서풍을 수반하는 한랭전선 후면에서 일어나는데, 아직 이동을 시작하지 않은 새들이나 중간기착지에 머무르는 새들의 이동을 재촉한다.


전선 통과 직후부터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먹이 요구량은 느는데 추위로 인해 먹이활동은 더 어려워진다. 또 강하게 불어주는 북서풍을 이용하면 남쪽 월동지까지 빠르게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겨울 우리나라를 찾은 철새는 113만 마리 정도로 그중 가창오리가 34만 마리, 청둥오리 14만 마리, 쇠기러기 7만 마리 등 오리류와 기러기류가 대부분이다. 또 겨울철새가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전남 해남(금호호)으로 가창오리를 비롯해 31만 마리가 도래(到來)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을속의 기러기 비행
노을속의 기러기 비행강원도 철원군청 & 정승익 작가

입동(立冬) 절기를 앞둔 이 무렵이 겨울철새들의 비행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이다. 훤한 달밤에 V자를 그리며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가는 두루미나 기러기 떼를 본 경우가 있을 것이다. 수천 ㎞에서 멀리는 1만 ㎞가 넘게 비행하는 철새는 지구의 자기장, 태양 각도와 별자리 등을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무리를 이끄는 철새 중 연장자가 비행리더로 나설 때 최단(最短) 직선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층의 강한 바람 영향까지 고려해 길을 잡는 노련한 두루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김철수씨(sirocco@kbs.co.kr)는 KBS 기상전문PD 출신으로 현재 기상예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온케이웨더에 날씨 관련 칼럼을 정기 기고하고 있습니다.
#철새 #기러기 #재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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