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오토믹스의 드론 프레데터. 파키스탄에서 악명높은 그 기종.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이번 2013 ADEX에서 주목해야 할 무기는 드론(drone)이다. 윙윙거리며 나는 벌 같다고 해서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s)는 조종사 없이 원거리 기지에서 원격조종으로 작동하며, 카메라를 장착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여러 나라의 각종 군수업체에서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무인기는, 언뜻 듣기엔 첨단과학의 집약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조종사가 없는 비행기라니! 하지만 드론이 대세로 주목받는 만큼 그 새로운 전쟁방식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드론은 게임하듯 감시와 공격이 가능하다 보니 별다른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그래서 아프간,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드론 사용횟수가 늘수록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에 비해 저렴하고 아군의 인명피해가 없다는 이유로 앞다투어 드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3 ADEX에는 많은 드론이 전시될 예정이다. 최근 파키스탄 등지에서 민간인 살상으로 악명이 높은 프레데터(Predator)의 생산업체인 제너럴 오토믹사의 부스는 물론, 한국이 구매하기로 한 노스롭 그루만의 글로벌 호크는 야외전시장에 실물모형이 전시된다. 전세계 곳곳에 다양한 크기와 사양의 드론을 수출하며 드론 보급에 앞장서는 이스라엘 역시 빠지지 않는다. 이스라엘 우주항공산업 IAI의 헤론(Heron)과 엘빗 시스템즈의 헤르메스(Hermes) 900 등 이스라엘의 다양한 드론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유명한 군수업체들이 드론 생산에 관여하고 있어서, 전시부스 어디서든 관련 내용에 대한 홍보를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도 드론의 세계적 추세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공격형 드론 개발 및 실전 배치가 가능해졌고, 무인정찰기를 넘어 작전반경 300km 이내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형 드론도 운용이 가능해져 5000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했다.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부스가 설치되고, 대한항공의 KUS-TR 틸트로터 무인기가 전시됐다. LIG 넥스원, 유콘시스템, 한화테크M, 퍼스텍 등 드론 개발과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많은 한국 방위산업체에서도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자랑스레 전시된 드론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드론의 공격 표적 1명이 살해될 때 민간인이 49명 꼴로 같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리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더욱 편리하게 공격하고, 그래서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로 진화한 드론 때문에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공습으로 인해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최신식 드론의 개발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될지 생각하면서 무기전시장의 드론을 살펴보시길 바란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드론과 관련된 업체들 부스에 가서 홍보하는 직원에게 슬쩍 질문을 던져도 좋겠다. 드론은 다른 미사일보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다고 하는데 왜 파키스탄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늘어만 가는 것이냐고. 이것이 정말 기술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말이다.
아, 드론 파괴용 레이저무기를 개발하는 레이시온사도 전시에 참여한다. 드론이 상용화되는 만큼, 미사일보다 손쉽게 드론을 파괴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레이시온사 부스에 가서 스텔스 드론도 격추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록히드 마틴사 부스에 가서 스텔스 드론(RQ-170)이 레이저무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이 두 가지 무기가 같이 개발되고 전시된다는 것 자체가 무기산업이 어떻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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