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은 9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는 모습.
유성호
이번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로 인해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에서 열리는 내란음모 혐의 재판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법리적으로 수원지법의 판결과 헌재의 심판이 연계되어 있지는 않다. 헌재도 이론심뿐 아니라 사실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건이 별개라고 말하는 것은 소위 이석기 RO 사건이 터지지 않았어도 지금 이 시기에 정부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냈을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두 재판은 실질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등을 다투는 1심 재판에서 만약 일부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핵심인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가 나온다면, 헌재가 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릴 근거가 희박해진다. 반면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된다면 법무부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헌재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내란음모 혐의 재판과 정당 해산심판 청구가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자동 연계는 아니다. 후자가 전자보다 더 차원이 높다.
확실한 건 이것이다. 만약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면, 논리적으로 헌재가 해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원지법은 30여 년 만에 열리는 내란음모 혐의 재판을 다음주부터 특별기일을 정해 집중심리할 예정이다. 12일(화) 첫 공판을 시작으로 매주 월·화·목·금요일 오후 특별기일을 열어 진행한다. 그만큼 1심 판결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5기 헌재 이제 한국사회에서 용인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폭은 9명의 헌법재판관들 손에 달리게 됐다. 법률은 정당해산 결정을 탄핵 결정만큼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판단과 달리 과반수가 아닌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 서면심리가 아닌 구두변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번 해산이 결정되면 그 정당의 명칭은 다시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령으로는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훈시 규정이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은 "이번 건은 단순히 정당 하나 해산 문제를 넘어서서 헌법 해석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면서 "헌재는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도 염두에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헌법학 교수는 "헌재가 사실관계 확인에 직접 나서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할지 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헌재는 5기로,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3월말 구성이 완료됐다.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3명을 박 대통령이 지명했고, 전체 9명 중 2명이 검찰 공안통 출신이다. 그 외에도 판검사 일색, 50~60대 남성 압도, 서울대 과점 등 출범 당시부터 다양성 부족과 보수화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이들은 과연 보수파 정권이 정면으로 던지는 '민주적 기본질서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 근본적 질문에 답할 헌법재판관 9명은 박한철(소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조용호, 서기석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53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공유하기
'민주적 기본질서'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보수파 정부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