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직원, 외빈용 에쿠스 타고 상가 조문?

[기사수정: 오전 9시 13분]

▲5일 홍익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직원들은 외빈용 차량인 '에쿠스'를 이용해 출퇴근·조문을 했다. 외빈용 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국회사무처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외빈용 차량인 '에쿠스'를 이용해 출퇴근·조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5일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2013년 국회사무처 외빈차량 4대의 운행일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차량의 225회 운행기록 중 67%인 151회가 외빈 지원 목적과 달리 개인적인 용도나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됐다.

주로 외빈지원을 위해 사용된 1대를 제외한 나머지 3대의 경우, 외빈 지원 외 사용 비율은 78%에 달했다. 이중에서도 지난 7월에 임차 계약을 취소한 차량은 올해 72회의 운행기록 중 단 2건만 외빈 지원 용도로 사용됐다.

국회사무처는 현재 3대의 외빈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모두 에쿠스다. 한 대는 배기량이 4498cc인 모델이고, 나머지는 배기량이 3778cc 모델이다. 국회사무처는 외빈용 차량의 도입 목적에 대해 '외국의회 의장 및 의원, 국제기구의 장 등 국회를 공식 방문하는 주요인사의 공항 출·영송 및 행사 등 의전에 지원되는 차량'으로 밝히고 있다.

또한 국회사무처 공용차량관리내규 제9의2에 따르면, '업무용 승용차량의 운행을 허가받은 공무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차량을 사적용도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퇴직했는데, 외빈용 에쿠스 타고 업무?

외빈용 차량의 운행기록을 뜯어보면, 지난 1월 구희권 당시 국회사무차장은 외빈용 에쿠스를 타고 만찬에 참석한 뒤 서울 서초동으로 퇴근했다. 이후 임명된 이병길 국회사무차장 역시 지난 1월 21~22일 에쿠스를 타고 용인과 국회를 오갔다. 용무에는 '출근'과 '퇴근'으로 적었다.

또한 김성곤 전 입법차장의 경우, 1월 15일부터 2월 6일까지 에쿠스를 11회 사용했다. 4회는 서울 롯데호텔, 서울 평창동과 인천을 가는 데 이용했다. 사용 목적은 '업무'였다. 나머지 7회의 경우, 용무란은 빈칸이었다. 당시는 그가 국회에서 퇴직한 이후였다. 5선 의원을 역임한 현경대 전 의원도 외빈용 에쿠스를 이용했다.

또한 김아무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5월 한 달 간 주말을 제외한 평일 내내 에쿠스를 이용해 '공무', '예산관련' 등의 용무로 서울시내와 대전, 경기 여주, 강원 동해 해군1함대 등을 돌아다녔다.

다른 국회 사무처 직원들도, '업무협의', '공무', '만찬행사', '공직윤리위원면담', '공문 수령', '향토음식탐방', '연수 사전답사' 등의 용무로 에쿠스를 이용했다. 특히 박아무개 비상계획담당관이 지난 3월 12일 에쿠스를 탄 이유는 '민방위 훈련'이었다. 여상가족위원회 소속 직원 3명은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 부친상 조문을 가는 데 에쿠스를 사용했다.

홍익표 의원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외빈용 차량을 추가로 구입·임차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회는 외빈차량용으로 지난 2006년과 2007년 두 대의 에쿠스를 구입했다. 가격은 6660만 원과 8884만 원이었다. 국회사무처는 2010년 외빈용 차량 두 대를 한 달 간격으로 새로 구입하거나 임차했다. 구입한 차량의 가격은 1억416만 원으로 매월 130만 원의 유지비가 들었다. 임차한 차량은 임차료와 유지비 합계가 연 4920만 원에 달한다.

이후 2011년과 2012년 사무처 차량일지를 살펴보면, 외빈용 차량의 목적외 사용 비율은 각각 67%(126회 중 85회), 76%(204회 중 155회)였다. 홍익표 의원은 "국회사무처에는 업무용 택시제도가 있고, 일반 업무용 차량도 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외빈용 차량을 추가로 구입·임차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사무처 관리국에서는 국회 고위공직자의 전용차량을 제외하고 프라이드, 스펙트라, 모닝 등 8대의 업무용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어 "국회 사무처는 필요하지 않은 외빈용 차량을 처분하여 국고 낭비를 막아야 한다"면서 "또한 사무처 직원들은 외빈용 차량을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사무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외빈용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용호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은 "사무차장이 출퇴근용으로 외빈용 차량을 1~2차례 사용한 것은 인사 직후에 차량이 배차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가족위원회 직원의 길종우 의원 부친상 조문 역시 공적인 것이었고, 박아무개 비상계획담당관은 민방위 훈련을 협의하기 위해 에쿠스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국의회 의장이나 여러 명의 의원들이 국회를 찾는 경우를 감안하면, 최소 3대의 외빈용 차량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용차량이 수리에 들어갔거나 업무용 차량을 사용할 수 없을 때는 불가피하게 외빈용 차량을 사용한다, 향후에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외빈용 차량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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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외빈용차량은 사무처 직원의 승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