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인도에는 안 되는 이유

이옥순의 <인도는 힘이 세다>

등록 2013.11.08 10:12수정 2013.11.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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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인도는 힘이 세다〉

책겉그림 〈인도는 힘이 세다〉 ⓒ 창비

친한 후배가 몇 해 전에 인도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해 줬다. 인도에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곳에서 선교를 하고 왔다고 말이다. 내가 인도에서 느낀 이미지를 묻자, 그는 인도 사람들이 더럽지만 정신적인 힘이 묻어나고 또 지혜로운 민족이라고 답을 했다.

일례로 갠지스 강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영혼을 씻기 위해 몰려든다고 한다. 그 물이 깨끗한 게 아니라 더럽기가 그지없는데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목욕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여러 수피들이 요가와 명상을 펼쳐보일 때면 모두가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본다고 한다.


그런 문화와 전통도 남다른 일이지만, 그들의 독특한 지혜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 후배는 그들의 지혜가 인도의 힌두 법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 법전을 외우고 통달하다보니 자연스레 지식과 통찰이 깃들었다는 뜻이다.

이옥순의 <인도는 힘이 세다>는 인도가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밖에 없는 점들을 조명한 책이다. 물론 각각의 나무들을 들여다보는 미시적인 관점보다는 하나의 숲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다. 사반세기가 넘게 인도를 공부한 학자답게 그의 식견은 정말로 남다르다.

"인도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군대를 가지고 있고, 경찰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인도정부는 무력으로 분리주의 운동을 진압하기보다 반대하는 그들의 입장을 받아들여 제도권에서 활동하게 하려고 협상하는 방식을 택한다."(74쪽)

저자가 인도가 힘이 센 이유 중의 하나로 꼽은 내용이다. 이른바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그를 위해 인도는 지난 60년간 참정권과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노동운동을 허용했다. 사실 인구는 중국이 더 많긴 하지만 민주제도를 운영하는 가장 큰 나라는 인도다. 그만큼 인도는 갈등과 혼란을 싫어하고 모든 걸 공존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그것은 네루와 간디로부터 내려온 강력한 자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의 힘이 센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명상과 요가의 메카'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그곳의 정신주의를 본받고자 꼭 한 번 그곳에 가볼 것을 권한다. 물론 사탕이나 과일을 팔듯 구원과 깨달음을 내놓고 파는 인도는 없다. 물질주의가 아닌 진정한 영성을 깨닫고자 세계 모든 이들이 그곳에 몰려든다.


물론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철학과 종교의 나라로 인식돼 있지만 돈이 된다면 얼마든지 도덕까지도 흥정하는 곳이 인도다. 더욱이 그곳은 배신자들이 만든 역사가 숨쉬는 땅이다. 힌두 배신자에 의해 이슬람 세력이 인도를 장악했고, 인도 장군의 배신으로 영국이 200년간 손쉽게 통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피지배국의 설움 속에서도 그들은 '상권'만은 굳게 지켰다. 영국인들이 인도 내에서 권력을 모두 쥐고 있었지만 그들의 금력까지 손에 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영국이 인도를 통치했어도 인도 상인의 활약까지 완전히 장악한 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인도가 독립할 무렵 영국은 13억 파운드의 빚을 인도에 졌다.


"중국에는 인도보다 야심을 가진 지도자가 많다. 사회적 상승이동이 열려 있어서 미래에 투자하는 역동적인 젊은이도 많다. 다만 왕조 시대의 통치이념이 사회주의적 이념으로 이어진 중국에서는 일등국, 세상의 지배자가 되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중국은 인도보다 불안정해 보인다."(347쪽)

인더스 문명과 황하 문명, 즉 인도와 중국을 비교한 부분이다. 중국이 세계적인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지만 결코 인도에 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중국은 인도만큼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시킬 수가 없고, 언론의 자유 또한 인도만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것은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작금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모든 정부부처가 권력자 한 사람의 눈치만 보고 있고, 언론도 모두 수직적으로 통제되고 있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유신체제가 부활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런 때에 우리가 아무리 IT와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고 자화자찬한다 한들 정말로 한심한 꼴이지 않나 싶다.

인도는 힘이 세다

이옥순 지음,
창비, 2013


#이옥순의 〈인도는 힘이 세다〉 #명상과 요가의 메카 #중국은 인도보다 불안정해 보인다 #인도의 정신주의 #겐지스 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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