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 조사결과 2년 뒤 나오는데, 해체 먼저?

[현장] 공사 장비로 어지러운 공산성... 환경단체 "예산낭비, 부실공사 시발점"

등록 2013.11.21 19:02수정 2013.11.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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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내 공북루 인근은 일부 성곽이 해체되면서 공사장비와 함께 어지러워 보였다. ⓒ 김종술


최근 충남 공주 공산성(사적 12호)이 붕괴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주시가 공북루(유형문최근 화재 제37호) 일원에 대한 원인조사(공산성 붕괴에 대한)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부실복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공산성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공북루에서 배부름 현상이 발생해 변위계를 설치했던 곳 중 성곽 5곳(1곳당 5~6m 규모)을 부분 해체해 놓았다. 현장 상태로 보아 복원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사고 위험 때문에 출입을 통제했던 구간에 여전히 관광객들이 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주시는 공북루 및 성산로 계단 보수를 위해 지난 9월 9일부터 12월 31일까지 1억9200만 원을 들여 공북루 보수와 주변 성벽 해체와 공산정 바닥 강회다짐 등의 공사를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선 (주)대흥환경엔지니어링에 발주했고,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장에 있던 작업자는 "해체된 곳 이외 공간에도 배부름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렇듯 부분적으로 해체하면 석축이 맞물리지 않아서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왕 할 거면 문제의 전 구간을 다 드러내고 다시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산성의 상태에 대해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전문위원)은 "이미 공북루 쪽이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도, 공산성이 왜 붕괴됐는지 원인도 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땜질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며 "2차, 3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근본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선 땜질공사보다는 완벽한 진단이 끝난 이후에 전면적인 공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성곽에 금강과 공산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조사결과가 나오면 복원을 해야 함에도 붕괴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공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이는 예산낭비로 이어지고 부실복원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 출입통제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전문가 의견에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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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에서 발주한 공산성 정비공사 설계도, 공북루 부근의 5곳의 성곽을 해체·보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공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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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빠진 듯 공북루의 성곽이 해체되어 있다. ⓒ 김종술


공주시 담당자에게 '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왜 복원을 추진하는가'라고 묻자, "공산성 전반에 대한 붕괴원인 조사는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공주대에서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공북루 훼손과 관련 문화재청에서 받은 예산으로 우선 발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 '훼손된 성곽을 다 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문화재청 손영식 성곽전문위원) 위원님이 '안정적인 구간을 남기고 필요 이상으로 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고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은 만큼 시가 단독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담당자는 21일 "공북루 주변 지역은 예전부터 배부름이 생겨서 보수가 필요하다고 예산신청을 했었고, 예산이 반영되어 설계 승인이 된 부분이다"라며 "세계문화유산 분과 회의에서도 전체를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문화유산등재 실사단이 오기 전에 보수를 하기로 했다, 이는 관계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서 결정한 사항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석성은 조선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의 유구층이 있을 수도 있어 일정 지역은 발굴을 한 다음에 결과를 보고 자문회의를 해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보수할 건지에 결정을 하기로 되어 있다"면서 "정밀조사 때 시민단체의 요구사항인 지반조사와 지하수조사를 포함할 예정이다, 그리고 시민단체를 자문위원으로 선정해 조사가 투명하게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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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된 성곽에서 일련번호가 매겨진 사석이 놓여있다. ⓒ 김종술


앞서 지난 8월 백제시대 문화유적인 충남 공주 공산성의 성곽 일부가 무너지고 석축이 유실되면서 배부름 현상(성벽 가운데 부분이 성벽 아래와 위에 비해 배가 불룩한 것처럼 튀어나오는 현상, 공주시 20여 곳 발표)과 푹 꺼짐 현상(8m, 깊이 2~3m, 폭 3~4m)이 발생했다. 이후 9월 15일 급기야 공산정 인근이 붕괴됐다.

대전충남시민단체는 공산성 붕괴를 놓고 4대강 사업 전부터 진행된 과도한 준설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토부와 문화재청, 충남도, 공주시가 서둘러서 '빗물에 의한 우수 침투로 지반이 약화된 상태에서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격렬한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관계 당국이 공산성 붕괴 하루 만에 서둘러 복원을 추진하면서 박수현 민주당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산성 지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붕괴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이후 복구 방안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고, 이후 붕괴원인에 대한 조사가 착수됐다.

공주시에 따르면 조사 기간이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산성 붕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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