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사 읽는 것도 중독이 되나요?

게임 중독법, 미디어 콘텐츠 규제 논란

등록 2013.11.21 18:44수정 2013.11.2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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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일명 '게임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민간단체들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게임 업계와 이용자들 중심으로 진행되던 반대운동이 문화산업 전반 및 시민사회단체들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독립음악제작자협회·영화제작가협회·문화연대 등 22개 단체들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 모여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를 발족했다.

여기에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중독행위로 명시된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는 내용이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법안 내용에 따라 '미디어 콘텐츠'라고 정의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도 방대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독으로 지정될 수 있는 범위, 표현의 자유도 침해하나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배너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근조 대한민국 게임산업' 배너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한국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최준영 공대위 사무국장은 "법안에 미디어 콘텐츠라고 표현된 부분은 해석에 따라서 매우 광범위한 부분이고, 표현의 자유 영역까지도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디어 콘텐츠라 함은 게임이나 영화 등 예술가들의 창작물뿐만이 아니다. 콘텐츠 산업 진흥법과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트위터 같은 SNS와 블로그는 물론이고 언론기사까지도 포함된다.

단적인 예로 개인이 블로그에 작성하는 포스팅까지도 중독행위로 분류되면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일으키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 시사적인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정부와 대기업 등을 비판하는 자료와 글을 지속적으로 구성한다면, 그것 역시 규제의 대상으로 악용될 수 있지 않느냐는 문제다.


이에 대해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공대위 발족식에서 "중독법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콘텐츠와 관계된 다른 법들까지 정당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5월 국가정보화 기본법 30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인터넷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하여 인터넷중독대응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터넷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사업을 운영하며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게임중독을 빌미로 문화 산업 전반 및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고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불신이 게임 산업을 넘어 문화예술 및 일반 시민사회단체들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게임중독에 대한 또 다른 문제... 과학적 근거 여전히 논란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해명글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관련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해명글신의진 의원 블로그

한편 법안을 마련한 신의진 의원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중독예방치료법은 중독에 의해 힘들어 하시는 분들을 국가가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기본법"이라고 설명하면서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법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입법 추진 중인 법안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일례로 이영식 중앙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한겨레 시론을 통해 '세계 정신의학협회 연차회의' 최근 토론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인터넷이나 게임 문제에 대한 통일된 진단 기준이 없으며, 관련된 문제를 '병' 혹은 '장애'로 단정하고 살펴보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어디까지가 중독이고, 얼마나 게임을 해야 건전하게 즐기는 것인지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일례로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매뉴얼 연구그룹은 게임과 관련해서 중독(addiction)이라는 표현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배경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청소년들은 물론 일반 성인들이 게임을 제외하면 건전하게 즐길 여가문화가 거의 전무한 환경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다.

최준영 공대위 사무국장 역시 "중독이라고 일컬을 정도의 사례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쉽게 법을 만들어서 규제하거나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진지하게 연구하며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게임의 긍정적인 가치가 유지되고 알려질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중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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