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쇼나조각가 실베스타 무바이와 함께
이근승
- 기자님이 머물던 곳엔 한인들이 얼마나 살고 있었나요?
"중소도시라서 6명 정도였습니다."
- 한인들이 아프리카인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던데요."아프리카에 사는 거의 모든 외국인들이 그렇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과 위생문제 때문이고요. 역사적 사회적 배경으로는 인종차별 혹은 인종간의 분리 의식이 그대로 고착화된 탓이겠죠.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이렇게 아프리카 사람들과 동떨어져 살고 있으니, 아프리카에 관한 외부인들의 얘기가 수 백년 간 변함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시, 야만, 기아, 병, 야생동물 등…. 최초 아프리카 탐험대가 유럽 본국에 보낸 보고서와 21세기 TV 보도가 매우 비슷합니다.
그리고 한인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면… 좀 더 그렇다라고 생각합니다. '고된 시집살이 한 며느리가 더 하듯'이,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 사람들이 타자에 대해 더 큰 차별의식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전 여기에 동의합니다. 주제를 벗어난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가끔씩 언론에서 '자랑스런 한국인', '한국인의 역동성'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조명하거나, 국내에 거주하는 우리의 자기만족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프로그램들이 TV에 나오는데요. 그보다는 한인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조명해 봤으면 합니다. 세계 어디에나 뿌리내린 인도, 중국, 유대인들과 비교한다면… 한인사회는 해당 사회에 동화되지도 못하고, 한인 내부에 통합의 구심점도 없으니까요. 이상은 주제넘은 이야기였습니다."
- 아프리카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우리나라 봉고만 한 차를 개조해서 버스로 이용하는데, 열 명이 타도 시원찮을 판에 24명이 탑니다. 학교로 가려면 족히 한 시간 동안, 정말 사지를 접을 대로 접어서 꼼짝하지 않고 있어야 했습니다."
- 아프리카에서 만난 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군가요."아무래도 같이 살던 킴비씨 가족입니다. 두 달 전 탄자니아에서 다시 재회했습니다."
- '아프리카'라고 하면, '못 사는 나라'라고만 생각하는 이들이 지금도 적지 않다고 보는데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미개하다, 게으르다 등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아프리카의 종교와 철학>에서 존 음비티는 '미래란 아프리카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오지 않은 시간이기에 존재하지 않는 거죠. 또한 그들은 수천년 동안 수렵채집생활을 통해 자연에서 먹을 것을 얻었습니다. 많아도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부족하면 다른 곳에서 얻었습니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없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위해서 애써 준비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프리카인들은 현세적이고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우리를 비틀어 바라본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현재의 시간을 까먹고, 저마다 오지 않을 꿈을 갖기를 강요당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너무 쉽게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너 그렇게 게을러 터져가지고 언제 집이라도 사겠어? 대체 뭐가 되려고 그래?'"
"아직도 영화나 매스컴은 아프리카의 부정적 이미지만 재생산"- 최근 기사를 보면, '아프리카 사람들은 외지인들을 하늘같이 생각한다'고 돼 있던데, 그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서양인들이 처음 아프리카에 등장한 시절,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을 인간과 동물 사이에 위치한 별종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나중엔 백인보다 열등한 인간으로 정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무 부끄러움 없이 노예무역,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과 제도)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되었고요. 이렇게 수 백년간 지속된 이러한 생각들은 서구인과 주변인에 쉽게 극복할 수 없을 만큼 두텁게 각인되었고, 역으로 피해자인 아프리카인들에게도 '외부인들은 자신들보다도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비록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금기시될 정도로 많이 변했다지만, 아직도 영화나 매스컴은 아프리카의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하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인들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열등의식과 외부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거죠. 그리고 저처럼 이것이 동기가 되어 '불쌍한 아프리카를 돕는다'는 미명아래 찾아온 수많은 봉사자들 또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일단 자신들보다 잘나고 똑똑하고 잘 사는 외부인들로만 보인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