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호원, 단 5초 만에 강기정 뒷덜미 잡았다

국회 CCTV 녹화영상 분석 결과, 파견부대원 '거짓' 가능성 높아져

등록 2013.11.22 16:57수정 2013.11.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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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강기정 의원 뒷덜미 잡힌 순간 강기정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 아래)이 18일 오전 10시 40분경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청와대 경호실의 한 직원(사진 오른쪽 위, 노란색 점퍼 입은 사람 맞은편)에게 뒷덜미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강기정 의원에게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해당 경호실 직원도 입술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강 의원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을 민주당 관계자가 떼어놓는 상황이다.

강기정 의원 뒷덜미 잡힌 순간 강기정 민주당 의원(사진 왼쪽 아래)이 18일 오전 10시 40분경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청와대 경호실의 한 직원(사진 오른쪽 위, 노란색 점퍼 입은 사람 맞은편)에게 뒷덜미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강기정 의원에게서 떼어내는 과정에서 해당 경호실 직원도 입술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강 의원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청와대 경호실 직원을 민주당 관계자가 떼어놓는 상황이다. ⓒ 최경준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벌어졌던 폭행사건의 진위가 일부 드러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폭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던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파견부대원의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 의원에게 정중하게 항의했다더니, 그가 강 의원의 뒷덜미를 움켜쥐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초에 불과했다.

앞서 강 의원과 경호실 측은 이 사건의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강 의원 측은 시정연설 후에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주차돼 있던 경호버스를 뺄 것을 요구하자 해당 파견부대원이 버스에서 나와 즉각 강 의원의 뒷덜미를 붙잡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호실 측은 강 의원의 신분을 인지하지 못한 파견부대원이 버스를 발로 찬 강 의원의 행동을 제지하려는데 강 의원이 뒤통수로 해당 부대원의 얼굴을 가격했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근혜산성'과 의원 폭행, 그 진실은?). 새누리당 역시 이 같은 경호실 측의 주장에 힘을 실으며 사실상 강 의원을 '가해자'로 판단했다.

해당 파견부대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 YTN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강 의원의 버스 철수 요구 이후) 버스에서 내려 그 분께 다가가 '누구시기에 차를 발로 차시느냐고 했더니 아무런 말씀없이 그냥 가시길래 제가 (강 의원의) 왼손을 잡으면서 '왜 버스를 차고 가시냐'고 정중히 여쭤봤다"고 주장했다.

또 "(강 의원이) 저를 뿌리치고 가시려고 하기에 옷깃을 잡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밀고 당김이 있었다"며 "그러다 제가 뒤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그 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목덜미를 잡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당일(18일) 국회 본청 정문 방향을 촬영하고 있던 CCTV 녹화영상에 따르면, 해당 파견부대원의 설명과 달리,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전개됐다. 해당 부대원이 버스에서 내려 강 의원의 뒷덜미를 움켜쥘 때까지 걸린 시간은 단 5초였다.

뒷덜미 움켜쥔 채 '위협행위'까지 포착돼


해당 녹화영상에 따르면, 강 의원은 오전 10시 35분 55초경 차량 이동을 요구했다. 해당 부대원은 10시 35분 57~59초께 버스에서 내려 1초 만에 강 의원을 잡는다. 정중히 두 차례 '신분'을 물어보고 강 의원이 이를 뿌리치는 과정이 있었다는 파견부대원의 설명대로라면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반면, 강 의원은 "(파견부대원이) 버스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먼저 앞 목을 잡더니 바로 뒷덜미를 움켜쥐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노영민·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은 상황 발생 2초 뒤부터 이 같은 상황을 말리기 시작했다. 의원 신분임을 사건 발생 직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파견부대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 의원의 뒷덜미를 움켜쥔 채 계속 이동한다. 다른 파견부대원들이 그로부터 8초 후 버스에서 내려왔다.

오히려 파견부대원은 10시 36분 55초께 다른 한 팔을 강 의원에게 들어올리는 등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초 뒤 강 의원은 해당 파견부대원에게서 풀려났다. 모두 합쳐 단 1분 10초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만, 파견부대원의 입술이 터진 상황은 CCTV 상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정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본청 현관에 설치된 세 대의 CCTV 중 한 대가 당시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거리상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파견부대원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정중하게 물었다', '다시 한 번 물어봤다'고 얘기했는데 불과 1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해당 파견부대원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청와대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증언에 이어서 증거가 나왔다, CCTV 녹화장면을 면밀히 확인했더니 청와대 경호원(파견부대원)이 강 의원의 뒷목 부분을 잡은 채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사무처는 '청와대의 동의가 있을 경우 CCTV 영상을 즉시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즉시 영상제출에 동의하라"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배 대변인은 "청와대는 그동안 피해자인 강 의원을 가해자로 둔갑시켜 강 의원과 민주당의 명예를 재차, 삼차 손상시켰다, 이제 더 이상의 변명은 구차할 뿐"이라며 김기춘 비서실장의 즉각 사과와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강기정 #청와대 #대통령 경호실 #시정연설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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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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