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여성 vs. 전일제 여성, 노르웨이는?

노르웨이를 통해 본 시간제 일자리의 딜레마

등록 2013.11.25 15:27수정 2013.11.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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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것이며, 여성 자신이나 자녀, 가정생활에도 좋을까?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대책으로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은 이같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새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의 기존 이미지를 벗으려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는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와 비교해 시간당 임금도 낮고, 불안정한 근무환경의 일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새 정부의 의도대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이 되거나, 시간 선택이 가능한 일자리가 되기는 힘들다.

현재 시간제 일자리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 되고 있다.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젊은 여성들이 전체 고용률을 낮추고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고 시간제 일자리를 포장하고 있다. 정부는 30~40대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녀들의 학업 시간을 피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시간제를 선호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 선호는 오히려 시간제가 아니면 다시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열악한 여성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 여성-자녀에게 모두 도움 안 돼

최근 노르웨이에서도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우리와 비슷한 논쟁이 일었다. 노조연맹의 게르드 크리스티안슨 새 대표의 발언이 기폭제가 되었다. 그는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어머니라는 역할 뒤에 숨는다"며 노르웨이 전체 취업 여성의 41%인 시간제 일자리 종사자들을 화나게 했다. 이러한 새 대표의 비아냥거림은 여성들의 대다수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즉 시간제 일자리가 좋지 않음을 분명히 알지만 일을 하고 싶은 욕구, 생활을 이어나가는 어려움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새 대표도, 여성들도 시간제 일자리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 원인을 각각 다른 곳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한편, 노르웨이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들을 내놓고 있다. 이 연구들은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 자신에게나, 자녀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시간제 일자리가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전일제 여성의 연금과 비교해서는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노후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시간제 일자리의 임금이 높지 않다보니, 노후 준비금도 충분하지 않고, 특히 시간제 일자리에 여성들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어 노년층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한다.

시간제 일자리가 자녀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눈길을 끈다. 전일제로 일하는 엄마들이 시간제로 일하는 엄마들보다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최근 통계도 있다. 또한 전일제 엄마들이 보다 많은 경제력을 가지면서, 자녀들의 선택과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의 병행을 위해 시간제를 선호할 것 같지만, 시간제나 전일제가 일과 가정생활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갈등들을 완화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노르웨이 간호사들의 사례를 들어, 시간제 일자리로 보건분야 종사자들은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전일제 여성의 가정이 오히려 시간제 여성의 가정보다 더 성평등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 더 오래 일하는 경우 남성들이 가사일이나 자녀돌봄에  더 참여하고, 정부의 복지 제도도 아빠의 육아를 독려하면서 전통적인 남녀 역할의 가치관도 변화시키고 있다. 남녀 역할의 가치관 변화를 통해 보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면, 최근 노르웨이의 연구처럼 시간제 일자리는 결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불만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전일제 일자리로 전환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용어 그 자체의 의미대로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는 여성의 저임금, 가사노동의 여성 집중화, 기업에서의 남성 선호 등 그 어떠한 차별을 해결하지 않고 그저 비어 있는 노동시장에 여성을 끼우려는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전일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불안정 노동자) 사이에 나타나는 임금이나 지위의 차별이 여전한 현실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과연 여성도, 아이도,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최정은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재가공된 것이므로 완결된 보고서를 보고싶으신 독자는 새사연 홈페이지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노르웨이 #시간제 일자리 #여성 #보육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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