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투입1970년 12월 주월사령부의 '독수리작전'이 개시되어 망망계곡으로 투입되기 위해 치누크 헬기장에서 헬기 탑승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
지요하
언젠가 한 번은 마을작전을 하던 중 폐허가 된 마을을 보기도 했습니다. 불에 타고 허물어진 집들과 시커멓게 그을린 파인애플 나무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지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우리 한국군(해병 청룡부대)가 베트콩 소탕작전을 벌이면서 마을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주민들의 시신이 단용강에 떠다니다가 바다로 쓸려가기도 하고, 강가 갈대밭에 걸리기도 했다지요. 폐허가 된 마을 풍경을 내 눈으로 보고, 그 끔찍한 참상을 내 귀로 들으면서, 내전을 겪는 약소국의 실체를 확인하며 절절히 가슴 아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 나라가 월남과 월맹, 남북으로 갈려 전쟁을 하게 되고, 외국 군대들이 들어옴으로써 빚어지는 참상들을 보고 들으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 아픔은 절절했습니다.
원래는 캄란만의 투이호아 지역에 주둔했던 해병 청룡부대가 북쪽 다낭시와 인접한 추라이 지역으로 이동한 데에는 청룡부대에 대한 투이호아 지역 주민들의 공포감도 많이 작용했다지요. 해병대의 빨간 명찰을 보기만 해도 주민들이 몸을 피하고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쳤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그리하여 1966년 육군 백마부대가 청룡부대의 주둔지였던 투이호아 지역에 들어가서 맨 먼저 한 일이 대민사업이었다고 합니다.
1948년생인 저는 올해 만 65세, 노인 연령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파월 전우들 사이에서는 거의 막내에 속합니다. 전우들 대부분이 저보다 연장자고, 선배들입니다. 그래서 고엽제전우회 모임 자리에서 많이 조심하곤 합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고 함부로 나서는 일 없이 선배 전우들 앞에서 예의를 지키려고 신경을 쓰곤 하지요.
모임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베트남 전장에서의 추억들도 많이 소개되는데, 고생담과 무용담들 속에는 창피하고 슬픈 이야기들도 더러 있지요. 술 한 잔 나누다보면 더욱 스스럼없이 나오는 그 이야기들을 지면에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술자리에서는 누구나 부담 없이 토로했던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을 지면으로 옮기게 되면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겠지요?
그래서 과거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고엽제전우회라는 단체가 안고 있는 오늘의 기이한 문제들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릴까 합니다. 모임 자리에서는 하나같이 온순하고 정다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함께 나누시는 분들이니 제가 그냥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겠습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고엽제전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