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가스 누출사고, 현대제철 선긋기가 능사 아냐

[주장] 사망사고 이어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시스템적 원인을 찾아야

등록 2013.11.27 17:45수정 2013.11.27 17:45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아르곤가스 누출로 하청노동자 5명이 질식 사망했다. 검찰은 현대제철 직원을 포함, 모두 1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2달 후인 7월,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을 적발, 시정조치를 내렸으며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역시나 공염불이었다. 시스템적인 문제를 풀지 않는 임시방편식 대책으로는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산업재해가 또 발생한 것이다. 대책 발표가 있은 지 4개월 만인 지난 11월 26일 오후 6시20분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 7호기 신축공사현장에서 부생가스(BFG, blust furnace gas) 누출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고원인은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이용, 터빈을 돌리는 발전소 보수작업을 위해 열교환기를 교체한 후 가스배관을 점검하던 중 가스가 누출됐다는 것이다. 용접 작업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인 사고원인과 관련해서는 지난 5월 사고의 주요 원인 중 3가지 지점에 주목해 밝혀져야 한다.

첫째, 이번 사고에서는 부생가스의 투입과 누출경로가 어떠했는지, 혹시나 지난 번처럼 확인절차 없이 투입되진 않았는지 밝혀져야 한다. "원래 이 통로는 가스가 유입돼서는 안 되는 곳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라는 회사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둘째로는 보수작업절차는 제대로 지켜졌는지, 혹시나 공사기간을 단축하려 절차를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파악되어야 한다. 지난 사고가 공사완공시기를 앞당기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 발생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사망사고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당진공장 현장에 왔다간 지 3일 만에 일어난 참사라는 점이 주목된다. 정 회장은 현장방문한 자리에서 고장력 강판 생산을 독려하고 완공 후 가동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산소측정기는 적절하게 지급되었지, 혹시나 농도를 확인할 수 없어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아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언론에서는 일부노동자에게만 지급되었다고 보도되고 있는데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일과건강'은 이후 이미 지난 사고 때 꾸려진 대책위와의 활동을 통해 안전시스템적인 사고원인을 찾아내는 데 함께 할 것이다. 사고의 책임을 몇몇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게 아닌 구조적 문제로 공론화 할 것이다.

한 언론은 이번 사고를 기사화하면서 '현대제철 가스누출사고, 정부와 검경이 강한 처벌을 했음에도 또다시 반복'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처음 언급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지난 5월 아르곤 가스누출사고와 관련해 처벌, 구속자가 1명도 없는 것이 정말 강한 처벌인가.

이번 사고와 관련, 현대제철과의 선긋기도 시도되고 있다. 한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이 아니고 현대제철 당진공장 부지 안에 있는 현대그린파워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대그린파워에 대해서는 특별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분을 29%나 갖고 있는, 현대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연료로 운영되는 회사의 산재사망사고에 공동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죽어간 노동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조사로 사업주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죽음의 공장 현대제철'이라는 불명예 딱지를 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스누출 #산업재해 #산재사망 #일과건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과건강 기획국장으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안전보건 팟캐스트 방송 '나는무방비다' 진행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3. 3 채상병 재투표도 부결...해병예비역 "여당 너네가 보수냐"
  4. 4 "물 닿으면 피부 발진, 고름... 세종보 선착장 문 닫았다"
  5. 5 '최저 횡보' 윤 대통령 지지율, 지지층에서 벌어진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