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양심선언..."이러면 누가 진실 밝히겠나"

[오마이TV] 대법원, '내부고발자' 장진수 전 주무관 원심 확정

등록 2013.11.30 11:44수정 2013.11.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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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털남>을 통해 MB정권의 '민간인 사찰' 증거 은폐 과정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대법원의 원심 확정 판결로 공무원직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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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증거인멸 폭로한 장진수, 집유 확정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 유성호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증거 은폐 과정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8일 대법원의 원심 확정 선고에 따라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1, 2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형 선고를 받았다.

[짓밟힌 양심선언] 국정원 직원은 불기소, 장진수는 공직 상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과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을 오마이TV가 정리했다 ⓒ 강신우


총리실과 청와대의 명령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은폐하라"

장 전 주무관은 작년 3월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이털남)>에 출연해, 2010년 7월 총리실과 청와대의 명령으로 '민간인 사찰' 증거를 없앴다고 폭로했다.

2010년 7월초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명령으로 장 전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증거가 담긴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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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일 이털남 방송 중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양심고백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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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일 이털남 방송 중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의 양심고백 ⓒ 오마이TV


장 전 주무관은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총리실과 청와대의 회유가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총리실 직원 등을 통해 청와대 비서관들이 현찰로 관봉 5천만 원을 건네거나 일자리를 제안하며,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 했다.

장 전 주무관은 총리실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에 계속 고민했지만 떳떳한 아버지이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진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또한 장 전 주무관은 VIP, 즉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는 정일황 전 기획총괄과장의 말을 전하며, 민간인 사찰 사건에 이 대통령도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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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27일 이털남 방송 중 장진수 전 주무관의 양심고백 ⓒ 오마이TV


양심선언 후 이뤄진 검찰의 재수사... 민간인 사찰 전모 드러나

오마이뉴스 '이털남'을 통한 장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은 검찰의 재수사로 이어졌고 그 결과 MB정부 실세들이 저지른 민간인 사찰의 전모가 밝혀졌다.

2012년 6월 검찰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 다른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MB정부 핵심인사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기소했다.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범죄라고 판단한 1차 수사 때와 달리, 박 전 차관과 이 전 비서관이 '비공식적인 지시·보고 라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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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의 핵심 인물 2012년 6월 검찰의 재수사 결과, 민간인 사찰의 비공식적인 지시, 보고 라인으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지목, 기소했다. ⓒ 오마이TV


그러나 검찰은 누가 관봉 5천만 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했는지, 대통령이 민간인 사찰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장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은 윗선들의 일부가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실 폭로한 사람 징벌... 누가 용기 내서 문제제기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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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위로하는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장 전 주무관을 위로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 유성호


민간인 사찰 피해 당사자인 김종익씨는 장 전 주무관의 판결을 듣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국가조직이 탈법적으로,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폭로한 사람을 징벌한 것 아니냐"며 "이런 판결이 나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과연 용기를 내서 폭로를 하고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상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민간인 사찰' 사건의 공범이 됐지만 양심선언으로 진실을 밝히고, 자신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님에도 피해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법원은 장 전 주무관에게, 양심선언도 고백도 하지 않은 권중기 전 조사관과 똑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증거 인멸을 지시한 진경락 전 과장을 일부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 조치했다.

반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직원들은 상명하복이란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장 전 주무관은 법원을 나서며 "(양심선언 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을 두고 다시 한 번 재판받을 기회만 바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진수 #민간인 사찰 #이명박 #영포라인 #김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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