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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① 분할로 인한 경쟁효과? 거의 없다
기존 철도공사의 KTX 노선과 수서발 KTX 노선은 80% 이상을 공유하고 있고 고속여객운송사업이라는 사업종류도 똑같기 때문에 경쟁이 존재할 수 없다. 국토부는 서울 메트로-서울 도시철도공사 운영체계를 모범사례로 제시하면서 경쟁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은 접근성과 연계교통 이용의 편리성 등을 감안해서 지하철 노선을 선택하지 운영회사를 따로 구별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메트로와 서울 도시철도공사는 규모의 경제 상실과 운영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이 발생해서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서발 KTX 노선 분할 또한 서울시 지하철공사 사례처럼 통합운영이 더 효과적이다. 수서발 KTX 노선 운영을 위한 출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3000억 원 정도 소요된다. 연기금 등 공적기금 투자비용에 대한 수익 보전으로 매년 수백억 원의 이자도 별도로 발생한다.
반면 철도공사가 통합 운영하면 초기투자비용은 1000억 규모로 줄어들고 중복운영비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통합된 운영체계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이용시민들도 편리하다. 그러므로 국토부 주장과 달리 분할로 인한 경쟁의 효과는 거의 없으며 오히려 통합운영이 바람직하다.
② 건설부채 상환 효과도 '글쎄'지난 6월 19일에 발표된 국토부의 철도산업 방안에 "고속철도 선로사용료를 통해서 건설투자비와 유지보수비를 50년 내 상환"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국토부는 기본적으로 건설부채에 대한 정부재정의 책임을 최소화하고 운영부문의 선로사용료를 통해서 벌충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하는 이유도 선로사용료를 극대화해서 건설부채 상환을 도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해서 선로사용료를 극대화해도 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할 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철도시설공단의 예측수요에 의하면 수서발 KTX의 일일 수요는 7만8279명이고 추정매출액은 7769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철도시설공단의 예측 수요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에 정부가 제시했던 수서발 KTX 운행 사업제안서(RFP)에서는 수서발 KTX 운행횟수는 1일 편도 51회로 규정되어 있다. 수서발 KTX 차량의 만석이 406명이므로 전회를 만석으로 수송해도 1일 승객은 4만1412명을 넘지 못한다. 철도시설공단의 추정수요보다 일일 3만6867명이 더 계상된 것이다.
수서발 KTX의 운행을 늘리고 싶어도 고속철도는 병목구간(평택과 오송구간)으로 인해서 더 이상 증차를 하지 못한다. 철도공사의 1일 운행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운송수입이 감소되므로 철도공사가 이를 용인할 리도 없다. 그래서 수서발 KTX 노선의 1일 최대 수송량은 4만1412명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1일 승객을 최대 4만1412명으로 예상하고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매출액을 계산하면 1년에 4346억 원(1일 승객수(4만1412명)×1인당 지불비용(2만8753원)×365일)이 된다. 철도시설공단이 예측한 금액보다 무려 3423억 원이 적은 것이다. 선로사용료로 징수할 수 있는 최대치인 매출액 대비 50%를 적용하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955억 원이 된다.
그런데 이 4346억 원의 매출액을 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해서 올린다고 가정하면 선로사용료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347억 원(4346억원×31%)이 된다. 수서발 KTX를 분할한다고 해도 선로사용료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연간 617억 원(1955억 원-1347억 원)에 불과하다. 철도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이 건설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으로 매년 3000억 원~4600억 원 가량 부담하는 상황에서 617억 원(이것도 최대치임)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국토부가 주장하는 건설부채 상환효과는 거의 없는 것이다.
③ 노동조건 후퇴와 철도안전 위협 우려국토부의 계획에 의하면 수서발 KTX 노선 운영회사는 인천공항철도 운영회사와 같이 열차 운영과 마케팅 등 핵심업무만 직접 수행하고, 차량정비와 시설유지 보수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 비용구조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무분별한 외주화는 예정된 일인데, 앞에서 언급한대로 실제 매출액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선로사용료를 최대한 뽑아야 하고 민간자본에 대한 수익도 보장해주려면 필연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노동조건의 악화는 물론 고속철도의 안전 또한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다. 수서발 KTX 노선 운영회사는 구조적으로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의존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으므로 철도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후퇴될 것이다.
외국자본이 한국철도 좌지우지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