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고양이터키 고양이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느긋하다.
강정민
터키 여행 둘째 날, 우린 에게해가 보이는 쿠사다시 호텔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중세 십자군의 전진기지가 있던 보드룸이다. 보드룸 성 안에는 십자군의 유물보다는 페르시아 유물이 많았다. 보드룸 앞바다에서 페르시아 배를 건져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린 다시 파묵칼레로 출발했다. 네 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데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린 참이었다.
우리 일행이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고양이 서너 마리가 식탁 아래로 들어온 것이다. 고양이가 발아래 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한 여성은 고양이 움직임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우린 이상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은 고양이도 고양이를 내쫓으려 하지 않는 식당 직원들도. 우리 일행은 웅성거렸고 결국 한국인 가이드가 호텔직원들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다.호텔직원의 손에 잡혀 끌려나가는 고양이는 통통했다. 털엔 윤기가 흘렀다. 가이드에게 터키에서 본 고양이가 한국의 고양이와 다른 모습인 이유를 물었다.
"여기선 주인 없는 개와 고양이도 사람들이 잘 먹여요. 먹을 게 풍부하거든요. 일단 뿌리기만 하면 농사가 잘 돼요. 농약도 안 뿌려요. 과수원에 가서 따 먹는 것은 괜찮아요. 가져가는 것은 안되지만. 그리고 이슬람 교리에선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라고 해요. 이슬람에선 자선을 베푸는 사람은 이기심을 정화해 자신의 죄를 갚을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적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봐요. 빵집에서도 하루 지난 빵은 그냥 줘요. 그러니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도 잘 먹이는 건 당연하죠. 그리고 여기선 부자도 안 쓰면 거지다. 그런 말이 있어요."들고양이까지도 잘 먹이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가 긴 세월 계속되면서 고양이의 유전적 특성까지도 변화시킨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터키는 개와 고양이의 천국이란 소릴 듣는다.결국, 변수는 풍부한 먹을거리와 이슬람교였다.
이슬람에 대해 안 좋게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터키에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서구 문화가 기독교 문화이다 보니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이 많다. 나 역시 이슬람에 대해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었다. 사실 어느 종교나 경전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인들이 그걸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이슬람 문화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신발을 벗으시고 그 속에 양말을 잘 넣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