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살률 높아지는데, 상담사 감원이라니요?

전북교육청, 계약직 상담사 116명 전원 감원... 학교 현장 상담 공백 불가피

등록 2013.12.04 18:40수정 2013.12.04 18:41
0
원고료로 응원
이명박 전 정부가 취임 초기(2008) 발표한 대표적인 학교안전망 정책인 위(Wee)프로젝트(학생안전통합시스템) 중 1차 안전망인 Wee클래스(친한친구 교실, 아래 위클래스) 계약직 상담사들의 고용안정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a  12월 2일,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이들은 현재 전북교육청 1층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12월 2일,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이들은 현재 전북교육청 1층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문주현


위프로젝트는 개별 학생들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단위 학교에는 위클래스를 설치하고 지역교육청에는 위(Wee)센터(학생생활지원단), 시·도교육청에는 위(Wee)스쿨(장기교육센터)를 설치하여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대표적인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설정하고 2009년에만 프로젝트 구축을 위해 약 520억 원을 특별교부금으로 투입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현재 전북지역에는 753곳의 학교 중 238곳에 위클래스 상담실이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전북교육청 "상담업무 고용 등 안정적인 상담교사가 맡아야"

전북교육청은 최근 위클래스 사업 중 현장 상담사 배치 사업을 종료하고, 위클래스 소속 계약직 상담사 116명 전원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전북교육청은 기존의 상담교사 85명과 중·고등 진로진학상담교사 97명을 통해 현장 상담을 일부 유지하고, 위센터 소속 상담교사의 순회상담을 통해 위클래스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교사 자격이 있는 상담교사(정규직)가 현장상담에 배치되어야 한다는 교육청의 생각에 따라 상담교사 인력 확대도 도모할 예정이다.

전북교육청의 방침은 학교폭력 및 학생상담·치유 업무에 있어 안정적인 지위의 상담교사가 맡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 이들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등 문제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및 학생상담·치유 업무에 있어 안정적인 업무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북교육청의 방침은 근시안적인 대책으로 여론의 우려를 낳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비해 보다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문적인 경력과 자격이 있어도 계약직의 신분으로는 안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타당한 점도 있다.


그러나 전국의 시·도교육청들이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임금으로 교육부가 특별교부세로 주던 것을 올해 초 중단하자, 대규모 감원한 바 있다. 지역 교육청들의 예산난이 큰 이유였다. 계약직 상담사들의 임금을 교육부의 보통교부세로 충당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

전북교육청의 생각대로 상담교사를 학교 현장에 모두 배치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위클래스 상담실 설치 비율은 31.6%(238곳)로 아직 사업이 정착되었다 보기 힘들고, 설치된 상담실 중에서 70곳은 상담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못하다. 즉, 현장 상담 업무와 위프로젝트가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결국 116명의 계약직 상담사 감원은 학교 현장의 업무 공백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116명 위클래스 전문상담사 대량 감원은 학교비정규직의 고용문제면서 학교폭력 및 학생 상담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a  11월 20일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전북교육청 교육감실을 찾아 공식 서한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11월 20일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전북교육청 교육감실을 찾아 공식 서한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 문주현


현장 상담사 업무, 순회상담과 담임교사가 대신 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

올해 말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정행옥 전문상담사는 "위클래스가 없어지는 것은 학교상담프로젝트인 위프로젝트의 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다"면서 "상담교사 및 상담사가 학교 현장에 상주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파악하기 힘들고 즉각적인 면담 및 상황 대처가 힘들어진다"며 학교 현장에 상주한 상담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북교육청은 116명의 전문상담사 대신 위센터 소속의 일부 상담교사들을 배치하겠다는 복안인데, 결국 순회 상담을 하겠다는 것이다"면서 "상당 업무에 있어 현장에 없으니 한계다"라고 지적했다.

그 전에 청소년기관 상담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영임 전문상담사도 "위클래스 상담실은 아이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며, 마음을 나누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곳에서의 상담이 순회 및 외부로 가게 되면 아이가 '내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라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자존감을 훼손시킬 수 있다. 더 적극적으로 위클래스 상담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임 전문상담사는 청소년기관에서 순회 상담 및 강의 경험과 비추어 볼 때도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학생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효과가 크다고 생각을 전했다.

전북교육청은 이처럼 상담 업무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북교육청 인성건강과 관계자는 "학교에 있는 교사들과 위센터, 청소년 기관 상담사들이 함께 노력하면 공백을 최소화하며 추후에 상담교사들로 채울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이런 지적은 다소 원론적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한다. 이제헌 전문상담사는 "아이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꼭 하는 말이 담임한테는 비밀을 지켜달라는 것이다"면서 "교사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과 해결의 입장에 놓여 모든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고려하기 힘든 조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담 윤리강령 등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자살 위험 등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가 있으며,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풀 여지가 많다"며 전문상담사의 영역이 담임교사 및 순회상담으로 채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이후, 한국사회는 학생들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높은 학습 수준에 비해 학생들의 정서적 면이 세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위프로젝트도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경쟁이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라 준비된 것이다.  

전주의 A초등학교 한 교사는 "위클래스 상담실이 생기면서 필요할 때 적절하게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위클래스 전문상담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어 "아이들 중에는 친구들이 갑자기 따돌린다거나 그런 문제가 발생할 때 이야기를 털어놓는 곳으로 잘 간다"면서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전문상담사 제도가 있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a  12월 2일 오전,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2월 2일 오전, 위클래스 전문상담사들이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문주현


전문상담사 대량 감원 아닌 복안 찾아야

한편, 전북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전문상담자 대량 감원 사태에 대해 "공교육의 질 확보가 보장되어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져 온 비정규직 전문상담사 양산 방식의 위클래스 사업을 기반으로 한 학교폭력대책은 성공 가능성이 애초부터 희박했다"며 상담교사 확충에 무게를 둔 전북교육청의 방침이 보다 타당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의 영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위센터 상담교사를 현장에 복귀시키고, 현장의 부족한 인력은 전문상담사 중 교원 자격증 및 상담 자격증이 있는 분으로 채우고, 나머지 인력은 위센터에 배치하여 공백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다 구체적인 전문상담사 고용보장 및 상담 공백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문상담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