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상동면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비닐천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하고 있다.
윤성효
[기사 대체 : 6일 오전 8시 5분]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농성에 나섰다가, 집에서 농약을 마셔 음독자살을 시도한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주민이 끝내 숨을 거둔 것. 6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유한숙(74·고정마을)씨가 이날 새벽 사망했다.
유씨는 지난 2일 밤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에 있는 집에서 농약 제초제를 마시고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돼지를 키우는 유씨는 최근 축사와 집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듣고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해왔다.
유씨 가족들은 119에 신고했고, 유씨는 밀양병원과 부산대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유씨는 6일 오전 3시 50분께 가족과 이웃 주민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대책위는 "어르신의 소생을 위해 함께 기도했던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과 대책위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어르신께서 함께하시던 상동면 고정마을 이장과 주민들은 5일 밤, 고인께서 계시던 부산대병원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일 오전, 고인께서 딸을 통해 '대책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고, 오후 1시께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상황실 간사가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딸을 곁에 두고 말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유씨 "철탑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께 한국전력공사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와 (우리 집이)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게 됐다"며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 있을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인사를 올리며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밀양 내이동 영남종합병원 안에 있는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당시 74세)씨는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바 있다. 밀양 4개면에 총 52기의 송전탑을 세울 한전은 지난 10월 2일부터 공사를 재개해 현재 16곳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10여 곳에서 농성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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