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반대 집회 현장이날 커피 한 잔이 큰 역할을 했다.
김민화
강남에서 서울시청까지 지하철 2호선 외선순환을 타고 올라갔다. 집회 시작 두 시간 전, 서울 광장으로 이어지는 시청역 7번 출구는 이미 경찰들로 가득 찼다. 서울광장과 대한문을 잇는 횡단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경찰 200여 명이 뭉쳐 있었다.
그 틈으로 시민들이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다. 광장 크리스마스트리 근처에서 미리 준비한 팻말을 들고 섰다. 꺼내기 무섭게 스스로를 '노영동 검정바위'라 밝힌 한 시민이 다가왔다. 그는 커피 한 잔 건네 받고 말을 보탰다.
"오늘 12시 20분부터 서울역에 모였습니다. 물대포 맞고, 빨갱이 XX들 모였다고 욕먹고…." 그는 식어버린 몸을 커피로 달래며 씁쓸하게 웃었다. 서울광장 대로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두 개의 집회에 대해 그는 "불량 언론이 만든 폐해가 이런 분열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표정에 짙은 아쉬움이 배었다.
같은 시각 동화면세점 앞. 23차 촛불 집회가 열리는 반대편에서는 재경향우회 회원 및 보수단체 1000여 명이 반종북집회를 진행했다. 재밌는 사실은 취재를 위해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고 있다"고 말하자 대부분이 인터뷰를 거부했다. '종북신문'이라며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대학 학보사'에서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학생증'을 보여달라는 말이 나왔다. 다행히 일행 중 한 명이 대학원생이었다. 그가 학생증을 보이자, "박 대통령 후배고만"이란 말이 들렸다. 순식간에 팽팽했던 긴장이 누그러졌다. 날씨 덕분에 커피를 권할 때 마다하는 사람이 없었다.
양쪽에서 이야기를 들은 뒤, 시청역 트리 근처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열심히 건넸는데도 남아있는 보온병이 4통이나 됐다. 한데 모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주최 측에서 미리 준비한 커피로 생각해 "촛불은 어디서 받을 수 있냐"는 질문도 받았다.
조심스레 자신을 군인이라 밝힌 20대 여성은 "군복 입은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자기 이익을 위해 군복이 저런 식으로 이용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 50여 잔의 커피는 20분 만에 동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