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독 자살'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살) 할아버지의 시민 분향소가 영남루 맞은편 밀양교 옆 시계탑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윤성효
시민 분향소에는 유족들도 나와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당번을 정해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밀양경찰서와 밀양시는 이곳에 천막·컨테이너 설치를 못하게 해, 주민들은 비닐을 씌워놓았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는데, 인권위는 지난 9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경찰-밀양시 등에 '중재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분향소를 현재 위치에서 2차선 도로 건너편에 있는 시민체육공원 둔치 주차장으로 옮겨 천막을 설치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인권위 조사관은 13일 오전 엄용수 밀양시장을 면담하고 중재안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밀양시는 '중재안'에 따라 체육공원 둔치에 천막을 설치하는 것은 하천법 위반이라 보고 있다. 밀양시는 분향소를 고인이 살았던 마을(상동면) 쪽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상동면 쪽으로 분향소를 옮기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분향소 주변에는 경찰대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지난 8~9일 사이 주민과 충돌이 벌어졌지만 이후부터는 특별한 마찰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유한숙 할아버지의 사망에도 송전탑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를 밀양 4개면에 총 52기를 세울 예정인데, 현재 16곳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연합 "얼마나 더 죽이려 하는가"13일 대구환경연합은 성명을 내고 "얼마나 더 죽이려 하는가, 송전탑 공사 즉각 멈춰라"며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공사를 계속해서 밀어붙이고 있고, 이로 인해 밀양주민들은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 제2, 제3의 이치우․유한숙이 나올 것만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은 송전탑 공사 때문이란 것은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며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고인의 진술도 이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집안문제로 자살한 것일 뿐 송전탑 공사와는 무관하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을 추모할 분향소조차 설치 못하게 만드는 이 나라 경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권력이란 말인가?"라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