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전설들, 노동자를 껴안다

[현장] 신대철·한상원·최이철, 콜트-콜택 노동자를 위해 합동 공연

등록 2013.12.15 22:32수정 2013.12.1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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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밴드' 화려한 기타 연주 1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복직투쟁중인 기타제조업체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기타리스트들의 공연에서 '한상원 밴드'가 화려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 권우성


'기타 노동자'들은 큰 응원군을 얻었고 '기타 레전드'들은 마음의 짐을 덜었다.

콜트-콜텍 복직 투쟁 2500일을 넘긴 1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선 작은 기적이 벌어졌다. 기타 노동자들을 위해 대가 없이 뭉친 '시나위'의 신대철, '한상원밴드'의 한상원,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 등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한 무대에서 합동 공연을 펼친 것이다.

사과와 용서, 위로와 화해의 공연

긴 말이 필요 없었다. 이들 뮤지션들에게는 기타가 곧 말이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9시 넘게 쉼없이 이어졌지만 가수와 관객 모두 지칠 줄 몰랐다. 기타와 하나가 돼 무대에서 뛰고 춤추고 노래하며, 자신들의 열정을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전달했다. 그들의 신호에 뛰고 춤추는 수백 명의 팬들 속에는 콜트-콜텍 노동자와 가족들도 섞여 있었다.

이날 공연은 사과와 용서, 위로와 화해의 결실이었다. 지난 1일 박영호 콜트콜텍 회장이 이사장인 콜텍문화재단에서 주최한 'G6 콘서트-기타 레전드가 들려주는 6가지 이야기'에 참여했던 것이 이들 뮤지션들에게 큰 굴레가 되고 말았다. 콜트-콜텍은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세계적 기타 제작 업체지만, 지난 2007년 공장을 폐쇄한 뒤 노동자 수십 명을 해고했다. 그 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지난한 복직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벌써 6년째다.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콘서트에 참여했던 신대철씨는 당시 페이스북에 "콜텍에 대한 사건은 잘 몰랐다, 진작 알았다면 쉽게 공연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공연은 약속을 한 상황이라 뒤집기는 어렵지만 기회만 된다면 콜트 해고 노동자를 위한 후원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다짐이 한 달 반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15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벗게된 뮤지션들은 관객들과 맘껏 무대를 즐겼다.

마음의 짐 벗은 전설들, 무대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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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자유! 기타는 저항!" '시나위' 신대철이 1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열린 기타제조업체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에서 "기타는 자유! 기타는 저항!"을 외치며 연주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달 1일 콘서트를 마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평생 오늘 무대만큼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없었다, 무대에서 고개조차 들기 힘들었고 연주 또한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는 글로 미안함을 표시했던 신대철씨는 '록의 대부'이자 아버지인 신중현의 '미인'을 연주하며 관객들과 눈을 맞췄다.

그날 "오랜만에 한 무대에 서는 들뜬 분위기도 없었고 무대에서 애드리브를 주고받을 때 서로 나누는 웃음도 없는 무거운 공연이었다"고 했던 그룹 '사랑과 평화' 리더 최이철씨도 이날 오랜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며 원 없이 즐겼다.

한상원이 직접 노래하고 신대철과 최이철이 반주한 '수지큐'는 그 절정이었다. 독보적인 블루스 뮤지션 김목경씨가 개인 사정으로 빠지긴 했지만, 그 빈자리는 KBS '톱밴드'로 인기를 얻은 후배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가 훌륭히 채웠다.

"기타가 착취 도구 아니란 걸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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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플라워즈, 콜트-콜텍 노동자를 위하여 그룹 '게이트 플라워즈'가 15일 오후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복직투쟁중인 기타제조업체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있다. 특히 보컬 박근홍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사연이 담긴 티셔츠를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 권우성


이날 기타 전설들의 합류는 때늦은 감이 있다. 사실 사회 문제, 특히 노사 대립과 관련해 뮤지션들이 지지 의사를 밝히기란 쉽지 않다. 그간 기타로 인연을 맺은 수많은 뮤지션들과 인디 밴드들이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하고 기타 노동자 밴드인 '콜밴' 결성에도 도움을 줬지만, 정작 이들 '주류 뮤지션'들은 한발 물러서 있었다. 더구나 노동자들과 대립하고 있는 사측 행사 참석은 기타 노동자들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신대철씨는 이날 공연을 마친 뒤 "속이 후련하다"면서 "당연히 해야 할을 했다고 생각하고  기타 노동자들에게 큰 힘은 못 되겠지만 음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드릴 수 있다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음악은 자유로움, 평등함을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음악은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며 추가 공연 의사도 내비쳤다.

기타 노동자들도 화답했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콜텍악기지회장은 "가수들과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말로써가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라면서 "기타는 착취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여기 계신 분들이 아름다운 영혼으로 보여줬다"고 가수들을 추켜세웠다.

장석천 노조 사무장은 "오늘 가수들이 연주한 기타는 7년 전 우리가 만든 것"이라면서 "그 기타로 많은 분들이 희열을 느끼고 행복한 걸 보면서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되새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기타 노동자들은 공연을 마친 뮤지션들과 오랜 지기처럼 스스럼없이 포옹하고 자신들이 만든 기타에 직접 사인을 받으며 마음을 나눴다.
#콜트콜텍 #신대철 #기타 노동자 #한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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