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안희정은 필요한 인물, 정치인 안희정은...

[서평]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등록 2013.12.17 11:08수정 2013.12.17 11:08
0
원고료로 응원
a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의 표지.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의 표지. ⓒ 위즈덤하우스


민주당 최초 충남도지사. 최근에 정치인 안희정을 말할 때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말이다. 지난 11월 발간된 그의 책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의 머릿말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바로 '우리는 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했을까'라는 문장이다. 책의 서두에서 던진 화두에 안희정은 이렇게 자문자답한다.

'힘의 불균형'이 가장 큰 이유이고, 좋은 지도자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더불어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철학을 다지는 것과 그것을 제도화시키는 것은 다른 일인데, 제도의 설계에 있어 무능했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내걸고 저자는 "분노와 미움을 넘어 포용하는 정치"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우리 정치의 시대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논리'나 '다수의 폭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말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안희정은 정당 정치의 중요성도 주장한다. 하지만 그 정당 정치의 의미가 지역주의나 진영 논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덧붙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도 그는 처음부터 반대하지는 않았으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좋은 정책으로 끌고갈 수 있도록 비판적 지지를 하려는 입장이었음을 밝히면서 말이다.

어쩌면 안희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인, 그러나 과연 지금?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에서 저자 안희정은 '폐족이 된 친노'를 돌아보는 글도 담았다. 노무현 정권에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려고 노력했지만 국민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일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할 몫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안철수에게 "섬마을 선생님이 되지 말아달라"는 충고를 하는 부분도 인상 깊다. 섬마을에 새로 부임하여 기대감을 주었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인물이 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은 환영이지만, '새정치'라는 이름으로 정치혐오를 기반삼았다가 그것이 스스로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에 입문한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새로운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는 도지사의 관점에서 당파싸움에 얽매이지 않는 올바른 시정을 그려내고, 관료조직의 문제점을 비판한 시각도 담겨있다. 또한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지난 대통령들을 돌아보며 '공칠과삼'의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주장은 신선한 면이 있다. 박정희든 김대중이든 정치적 지지성향에 따라서 무조건 찬양하거나 매도하지 말고, 완벽한 인물은 없다는 생각으로 평가하자는 뜻이다. 이분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이 지금까지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음을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어느정도 필요한 생각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를 통해서 본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국에 필요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정치철학을 신념으로 삼는 그는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통합을 이루어낼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의 태도는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애매모호한' 것과는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가 쓴 책의 머릿말이 안희정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 발목을 잡는다. '힘의 불균형'이 만연하고 '민주주의가 구체적으로 설계되지 못한' 오늘의 현실에서 '타협과 용서의 정치'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에. 어쩌면 도지사 안희정은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이지만, 더 큰 의미에서의 정치인 안희정이 오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물인지는 아직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안희정 씀 | 위즈덤하우스 | 2013.11. | 1만4천원)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안희정의 진심

안희정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3


#안희정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