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만 보면 왠지 슬퍼지는 까닭은...

[뒷길에서 본 아메리카⑤] 한인 입양아 몰려사는 미네소타도 서러운 땅

등록 2013.12.18 10:17수정 2013.12.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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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중앙, 산악, 태평양 시간.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는 네 개의 시간대가 있다. 자동차를 끌고 이들 시간대를 넘나든 게 최소 100차례 이상은 될 것 같다. 네 개의 시간대 가운데 내게 가장 여운이 큰 시간대는 산악 시간(MT Mountain Time)이다.

산악 시간에서 '산악'은 로키산맥을 가리킨다.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포괄하는 시간대가 산악 시간인 것이다. 산악 시간대는 북미 대륙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사람들, 즉 북미 원주민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대규모의 주요 인디언 보호구역들이 대부분 산악 시간대 지역에 분포하는 탓이다.    


북미 원주민, 흔히 아메리칸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내게 '슬픈 종족'들이다. 10년 남짓한 미국 체류기간과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서울에 머물렀던 시절,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북미 원주민을 떠올리면 '서러운 상념들'이 먼저 떠오른다. 1~2만 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북미와 중남미 원주민들은, 내 생각으로는 마땅히 지구의 중심 혹은 대표 인종이 됐어야 할 '인류'였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나의 '편견' 혹은 인상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재화의 과잉 축적이 없었거나, 매우 적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먹을 만큼만 짐승을 잡고, 열매를 따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북미 원주민들이 그랬다. 또 하나는 이들이 계급이 발달하지 않았던 사회를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 옛날 남미 원주민 사회 가운데 일부는 왕이나 귀족·상민·노예 등의 신분제를 갖췄던 것 같지만, 식민지 이전 북미 원주민 사회는 계급의 높고 낮음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순혈의 북미 원주민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지금, 나는 이들에 대해 일종의 부채의식 같은 게 있다. 지구에 오래도록 살아 남았어야 할 선량할 이들은 사라지고, 돈과 신분 상승만 추구하는 나 같은 사람이 우점종이 돼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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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원주민 ⓒ 김창엽


미네소타 주의 치페와 부족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일하는 혼혈의 원주민 남성(사진 왼쪽)과 사우스 다코타의 파인릿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만난 수족의 순혈 원주민 여성(사진 오른쪽). 순혈 원주민 여성은 미국 연방정부의 원주민 차별과 식민지 시절 침탈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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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보호구역 ⓒ 김창엽


미네소타의 한 인디언 보호구역 내에 있는 주유소. 원주민 말을 영어로 옮긴 주유소 간판이 눈길을 끈다(왼쪽 위). 배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의 카지노(오른쪽 위). 많은 인디언 보호구역이 도박사업을 통해 엄청난 이익을 남기면서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백인들 가운데도 인디언 혈통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 인디언 보호구역의 행정관서·법원·도서관 등이 들어선 복합건물 안내간판(오른쪽 아래). 인디언 보호구역은 미국 주정부는 물론 연방 차원에서도 독립적인 사법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한 번호판(왼쪽 아래). 인디언 보호구역 내의 한 초등학교(중앙). 연방정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탓에 미국의 일반 공립학교에 비해 시설이 대체로 월등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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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 김창엽


미네소타 주의 디트로이트 레이크스라는 소도시의 호수. 미네소타 주는 별칭이 '1만 개 호수의 땅'(Land of 10000 lakes)이라고 할 만큼 호수가 많다. 미네소타 주는 한국인 입양아들이 미국 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주이며, 또 북유럽 국가 출신의 이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다.

미네소타 주를 대표하는 미식축구 팀의 이름이 바이킹스 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미네소타 주의 한 개인주택에 미국의 성조기와 함께 스웨덴 국기가 걸려 있는 게 눈길을 끈다(왼쪽 아래). 미국 대평원 지역에는 강한 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들을 일렬로 조림해 놓은 곳들이 많다. 이른바 '윈드 브레이커'(wind breaker)로 알려진 일렬 나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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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 김창엽


미네소타 주와 위스컨신 주의 경계에 위치한 수피리어 호수의 한 항구. 오대호 가운데 가장 서편에 있는 수피리어 호는 세계의 민물호수 가운데 가장 크다(왼쪽). 수피리어 호수 인근에 있는 과거 요새를 복원한 건물. 미국의 지명 중에는 'Fort'로 시작되는 곳이 적지 않은데, 식민지 시절 군사적 요충지였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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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과 일출 ⓒ 김창엽


수피리어 호수의 일몰(위)과 일출. 사진으로만은 일출과 일몰을 구분할 줄 모른다. 과거 책을 내면서 일몰 사진을 일출로 오기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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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 김창엽


노스 다코타 주 파고에서 만난 한인 교포 윤무용씨. 국제 태권도 단체의 회장을 역임했고, 상업용 항공기 운전면허를 갖고 있으며, 곡예 비행사로 활동한 적도 있는 풍운아적 기질을 가졌다. 윤씨의 자가용 비행기에 올라 탔다가 기초 곡예 비행 기술을 선보이는 바람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필자로서는 간이 떨어질 뻔했다. 비행기에 타기 전 속으로 긴장한 필자(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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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고장 ⓒ 김창엽


대륙 여행을 하면 자동차 고장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자동차 문외한인데 여행 초기 엔진 이상 경고등이 들어와 당황한 적이 있다(왼쪽). 이리저리 조작을 해봐도, 경고등이 꺼지지 않아, 배터리 전원을 아예 차단했다가 켜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만 효과가 있었을 뿐 또다시 불이 들어와 결국 수리센터에 들렀다.
덧붙이는 글 sejongsee.net(세종시 닷넷)에도 실렸습니다. sejongsee.net은 세종시에 관한 다양한 소식을 담은 비영리 커뮤니티 포털입니다.
#원주민 #인디언 #보호구역 #오대호 #입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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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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