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택시, 승객 태우기까지 30분 걸려

택시 많고 승객 줄어 기사 생활고는 여전

등록 2013.12.19 11:46수정 2013.12.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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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출구. 택시들이 지하철 출입구까지 감으면서 길게 늘어 서 있다. 총 15대. 택시 길이 3m 정도에, 앞뒤 차와의 거리 각각 1m씩을 더하면 택시 1대당 5m 정도 차지하므로, 70~80m 정도의 줄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침 부산 발 고속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이라 여행객들이 출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택시 승강장을 지나쳐 지하철 입구로 발길을 바삐 움직였다. 택시 기사들은 그저 간간히 탑승하는 승객들을 기다린다. 맨 마지막에서 대기하던 차량이 승객을 싣는 데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1시간 뒤 서울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먼저 소위 '서부역'으로 불리는 서울역 서쪽 출입구는 30대 정도의 차량이 쭉 늘어 서 있었다. 거리로 환산하면 150m이다. 서울역 중앙 출입구에서 시작된 택시 줄은 아예 끝이 보이지 않았다. 300m 이상 나아가서, 염천교까지 불법정차 되어있었다. 택시 기사들은 길에서 승객을 태우지 못했을 때, 고속터미널이나 서울역과 같이 수시로 승객들이 유출되는 곳으로 향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 택시 차량의 줄이 길어진다는 것은 승객에 비해 차량이 많다는 것을 드러낸다.

택시 기사들에 따르면, 그나마 이날은 택시수요가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고 한다. 개인택시 사업자 김종국(52) 씨는 "원래 주초보다 주말에, 연초보다 연말에, 맑을 때보다 눈비가 내릴 때, 손님이 많다"며 "오늘은 연말 토요일인데다, 갑자기 눈까지 내려서 택시 운행이 잘 되는 편이라 이 정도지, 평소엔 택시 줄이 2배 정도 더 길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엔 하루 17시간 일해도 운행 횟수가 평균 25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의회 김동욱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하루 평균 택시 운행은 약 150만 건인데, 여기에 서울시내 택시 대수 72,150대(개인 49,403, 법인 22,747, 서울특별시 택시물류과 2013년 10월 자료)를 나누면, 택시 한 대 당 하루 평균20.79회 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하면 김 씨는 그나마 많이 운행하는 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김 씨는 "10년 전만 해도 하루에 30~35건 정도 운행했다"고 한다.

IMF 이후 퇴직자들이 비교적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은 택시업계로 진출했으나, 이후 택시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서울시내 택시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택시 기사들은 택시수요 감소 원인으로 △자가운전 증가 △대중교통 편의성 향상 △경제 불황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택시물류과 면허담당 공성국 팀장은 "서울시는 국토부와 함께 택시 과잉공급에 대한 대책을 위해 택시법 등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라며 "개인택시 허가권을 1억 3000만 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허가권 매입가가 시세와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개인택시 사업자 이기환(60) 씨는 "현재 허가권 시세가 6000~7000만 원 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택시 #서울시 #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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