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토마스 블레이크 글로버
이상기
글로버 저택은 목조기와로 이루어진 서양식 건물이다. 재료가 일본의 것이라면, 내외부 구조는 서양식이다. 건물에 덧대 회랑을 만들었고, 앞쪽으로 정원을 배치했다. 그 정원 앞마당에서 보면 나가사키 항구가 완전하게 조망된다. 나는 정원의 꽃밭을 지나 응접실로 들어간다. 응접실에는 서양식 둥근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이곳을 지나면 거실로 이어진다. 거실에는 아들 구라바의 흉상이 있다. 아버지 글로버의 흉상은 저택 바깥마당에 있다. 거실 앞쪽으로는 식물원이 있다. 이곳에는 아열대식물들이 재배되고, 난이 꽃을 피우고 있다.
나는 이제 식당으로 가 본다. 식당은 두 개인데, 하나는 평상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회를 위해 좀 더 크게 만들었다. 평상시 사용하는 식당에는 식탁 위에 도자기로 만든 그릇이 놓여 있다. 가구나 그릇이 양식이고, 창문도 크게 내서 내부가 아주 밝은 편이다. 연회용 식당에는 성찬이 한상 차려져 있다. 식탁보를 덮은 길고 큰 식탁에 햄, 베이컨, 치즈, 닭고기 등 서양음식이 가득하다. 벽에는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피아노까지 있다. 피아노 위로는 글로버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